"총리 각하! 일어나셔야 합니다..!"
 비서실장의 부름에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바라보니 달빛이 환한 새벽이였다.
 "무슨 일인가..?"
 "각하.. 갈리아가..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순간,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듯 어지러웠다.
 충격으로 벌어진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고, 비서실장마저 흐릿하게 보였다.
 갈리아가 선전포고를 하리라곤 상상치도 못했다.
 갈리아의 제국주의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문을 만주 공화국의 이름으로 수 차례 발표했으나, 그것이 선전포고로 이어지리라곤 생각치도 않았다.
 무거운 정적 속에, 내가 겨우 입 밖으로 말을 꺼냈다.
 ".. 각부 장관들을 즉시 소집하시게. 비상 사태야."
 "네, 각하!"

 "각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갈리아에 사과문을 발표해서.."
 "말도 안되는 소리!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오! 각하! 대조선제국에 지원을 요청하셔서 저 갈리아 놈들을 박살내야 합니다!"
 "현실을 직시하시오! 대조선이 우릴 도우리라 생각하시오? 오히려 갈리아에게 붙어 영토협상이나 하겠지!"
 "그 입 다무시오!"
 회의실 탁자에 둘러앉은 장관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토론을 이어나갔다. 갈리아에게 지금이라도 사과를 해 전쟁을 피하자는 쪽과, 대조선의 도움을 받아 갈리아의 공격에 반격하자는 쪽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다.
 그 때, 외교부 금명서 장관이 책상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총리 각하! 외교부의 장관으로서 감히 청하건대,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피하셔야 합니다! 갈리아와의 전쟁은 곧 만주의 패망을 의미합니다! 각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선.. 지금 당장은 고개를 숙이셔야 합니다!"
 그러자, 국방부 장관이 그를 노려보며 일어났다.
 "금명서 장관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망발로 총리 각하를 현혹하고 있습니다! 각하! 청컨대 외교부 장관을 즉시 해임하시고 대조선제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셔 갈리아의 군을 막아내셔야 합니다!"
 "저 역시도 목숨걸고 총리 각하께 청하는 것입니다! 각하! 국민들을 생각하시어 이 전쟁을 막아주십시오!"
 "우리가 만일 저 제국주의자들에게 고개를 숙인다면, 결국 우리가 갈리아의 식민지가 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저 제국주의자들을 즉시 궤멸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선택을 해야한다. 내 말 하나에 이 국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였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윽고 입을 열었다.
 ".. 대조선에 보낼 서한을 준비해주십시오. 전군을 소집해야겠습니다."
 ".. 각하, 죄송하지만 그 서한은 다른 분이 보내셔야할 것 같습니다."
 금명서는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몇몇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 회의실을 나갔다. 회의실에 남은 자들은 회의실을 떠난 자들을 비겁하다며 비난했다.
 .. 오래 전에 끊었던 담배가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