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그림의 비밀을 풀어내고 그 원반의 내용물을 들었지만, 아직 연구원들이 풀어내지 못한 비밀인 오른쪽 그림들이 남아 있었다. 대략 1시간 정도의 휴식 시간을 가진 연구원들은 오른쪽 그림의 의미를 알아내느라 다시 철야근무를 할 생각에 다들 한숨을 쉬었지만, 의외로 그 비밀은 쉽게 해결되었다.


"오른쪽 위의 파동 형태의 그림 말입니다, 무슨 주파수를 나타내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그게 그 밑의 무슨 네모 모양 그림과 이어져 있는걸 보니 주파수를 네모에 넣으라는 것 같은데, 저 네모가 왠지 우리 연구소 토론실 정면의 큰 화면과 닮았습니다."


"그럴 수도? 그런데 저게 무슨 주파수를 나타내는 거지?"


"일단 아까 그 원판을 다시 듣다 보면 나올지도 모릅니다."


연구원들이 그 원판을 재생시키고 20분 후, 아까의 그 연구원의 예측이 맞음을 증명하듯 어떤 형태의 주파수가 재생되었고, 그 주파수를 토론실 정면의 큰 화면에 투시하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면 전체에 어떤 푸른 행성의 그림이 나타난 것이다.


그 행성을 보고 연구원들이 매우 놀란 점은, 그 행성의 푸른 색이 크루노 종족의 고향별, 아르구스와 놀랍도록 유사한 것이다.


"저게... 그 외계인들이 사는 행성이란 말인가? 우리 아르구스와 놀랍도록 유사하군! 아름다워!"


"아마 환경도 우리랑 상당히 비슷하지 않을까요?"


연구원들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화면에는 그림들이 연이어서 나타났는데, 이 비행체와 그 속의 황금 원반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팔, 다리로 보이는 걸 2개씩 달고 있는 흑색 피부의 외계인이 자신보다 훨씬 작은 비슷한 형태의 외계인을 안고 있는 그림, 곧은 회색 띠 같은 땅에 바퀴가 달린 네모난 물건이 줄지어 늘어선 사진, 네모낳고 평평한 받침대 위에 물이랑 어떤 포장지 같은 것들이 밑에 숫자가 적힌 종이와 같이 줄줄이 나열된 사진...


이 사진들을 보고 연구원들은 그 외계인들도 자신들의 종족처럼 가족과 자식이 있고, 친구가 있고, 움직이는 이동수단이 있고, 서로 나름 화목하게 지내는 사회와 국가를 가진 종족임을 알게 되었다.


영상이 끝난 후, 토론실 안의 연구원들은 감동과 놀라움에 젖어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도 자기들과 생긴 것과 가진 생각은 다를지 몰라도, 크루노 종족처럼 이 광활한 우주에서 외롭게 지내다가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줄 또 다른 생명체가 우주공간 어딘가에 있길 바라는 마음에 이 원반을 보냈을 것이다. 그것도 혹시 모를 침략의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들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담아서.


그 원반에는 이 대륙이나 저 건너 디갈라 대륙의 몇몇 높으신 분들이 원하던 선진적 무기 제조 기술도, 모임회(지구의 종교 비슷한 거)들이 원하던 전능한 신의 메시지 같은 것도 없었고, 그저 우주 저 건너의 생명체가 보낸 자신들의 생활 모습들만이 담겨져있을 뿐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카르마 실장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해... 이건 아마 내 인생에서도, 이 행성에서도 그동안 연구된 모든 것을 합한 것 보다 더 위대한 연구 결과가 될 거야. 이 결과를 가능한 빨리 발표할 수 있겠나?"


"당연하죠. 온 행성의 관심이 아마 여기 쏠려 있을 겁니다."


그 즉시 이탈로 첩보부의 요원들의 경호하에 황금 원반을 들고 와 발표장에서 연구 결과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고, 곧 이탈로 대륙 총독의 대국민 연설로 이어졌다.


"이탈로 대륙의 주인 여러분, 이 행성의 모든 시민 여러분, 우리 연구원들은 12일간의 힘든 토론과 연구 끝에, 드디어 이 황금 원반에 대한 진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원반은, 외계 생명체가 보낸 게 맞습니다."


밖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그 원반을 해독해보니, 그 속에는 외계인들의 사진과 그들의 생식, 생활모습, 생김새와 사회구조 등 그들이 다른 종족에게 보여줄 만한 모든 것이 담겨있었습니다. 무기 제조 기술이나 특정한 메세지는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다른 생명체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것 뿐이었습니다."


약간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문명, 우리의 역사에 최초의 외계 생명과의 조우라는 엄청난 한 획을 그었단 것은 자명합니다. 이 연구에서 알아낸 가장 큰 성과는 이것입니다."


"우리는, 이 넓고 무한한 공간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좌중에서 터져나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구원들이 연대와 신호 위치를 측정해본 결과 이 원반을 보낸 행성은 이곳 아르구스에서 약 127광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우리가 답장을 보낸다 해도 지금 기술로는 도착에 최소 수백만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고, 메시지를 보낸 시점도 대략 2천만년 전으로 추정되어 그 종족이 지금도 존재할지 미지수라는 것이고, 있어도 아마 사진의 모습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좌중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과 장소가 달라도, 우리는 같은 고등생명체로서의 큰 동질감을 느꼈고, 이 외계 생명체 말고도 근처 항성계나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을 약속드리는바입니다."


엄청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고, 곧이어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에게 포상을 주는 의식이 거행되었다.


"공립 연구원 심부름꾼 마데스, 연구부 부실장으로 특진."


"공립 연구원 토론 실장 카르마, 연구원 부원장으로...






그 이후로 몇년이 지났다. 그때의 '황금 원반 사건' 이후 마데스는 더욱 열심히 노력해 그 당시 카르마가 승진했던 공립 연구원 부원장 자리에 올라있었고, 그 앞의 '최연소' 타이틀은 덤이었다.(이 행성에서도 나이는 따집니다) 


어느날 아침, 집에서 휴면을 하던 마데스는 뒤척거리며 일어났다. 방의 벽에는 황금 원반 사건 이후 그의 자식들이 걸어놓은 글씨, '아르구스의 위대한 연구자, 아빠!' 가 걸려있었다. 이제는 중교육원(지구로 치면 약 중학교 쯤)에 다닐 나이가 된 방에서 자고 있는 자식들을 뒤로 한 채, 아내가 차려준 영양제를 먹고 그는 오늘도 연구원으로 출근한다.


"부원장님, 오셨습니까!"


"그래, 좋은 아침이다."


아르구스 행성 이탈로 대륙에서의 일상은, 그날도 이어졌다.


[chapter1- First contact, The end]

-Epilouge


"약 1분 뒤 오르트구름대를 탈출합니다!"


"성간 우주 자동 항해 기기 가동!"


우주 항해선 '세인즈' 2호, 그 배의 승무원들은 올해에도 외계 고등 생명체 탐사 임무에 투입되어, 광속의 수백배에 이르는 속도로 우주 저 멀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번에 탐사할 항성계가 어디라고 하셨죠?"


"어디보자... 대략 127광년 정도 떨어진 우찰레 항성계라고 했나?"


"거기 한 2000만년 전인가? 그때 구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최초의 항성계 거기 아니에요?"


"그래, 그러고 보니 이제 천만년 정도 후면 아프리카도 남미랑 거의 합쳐진다는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고향별 지구의 철원 우주센터에서 발사한 세인즈 2호는 목적지로 서서히 항해하고 있었다.


[chapter 2에서 계속됩니다]




제가 이 창소챈에서 처음으로 써보는 소설이라 그런지, 스토리가 생각나지 않아 중간중간에 연재가 막히는 일이 있었고 그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또한 최대한 고증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증오류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챕터 2는 적어도 오늘, 아니면 내일 안에는 반드시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