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밤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이라면 좋겠지만, 늘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요즘 내 드라마는 그런것 같지 않다.



왜인지 검은 구름이 드리우는 밤이었다. 달 없는 밤의 검은 구름이 피어나는 밤. 한밤중이 되어 동네는 가로등만 남긴채 깜깜해졌다. 주홍빛 가로등이 거리를 메우는 야심한 밤,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밤에 잠을 청해본다. 이번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일지라, 아니 그래야만 할지라. 너무나도 어두운 드라마가 내 기분을 망쳐놓는 일은 더 없어야 하리라. 내가 잠에 들자 날씨와도 같은 구름이 나를 에워싸고서는 검은 강을 노저어간다. 검은 성에 들어가는 여행. 검은 드라마는 무채색으로 나를 이끌어간다.


검은 밤보다 더 어두운 동네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도 해는 뜨지 않았다. 주홍빛 가로등이 껌뻑이다 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검은 세상이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다가온다...



"으악!"



매일 매일 그림자는 조금씩 더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건다. 몇 달 전이었던 것 같다. 잠자리에 들었을때 삭막한 마을에서 깨어났다. 그리고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이 무슨 개꿈이지 하며 하루를 보내었지만, 그 뒤숭숭함은 가시지 않았다. 다시 들자 삭막한 그 마을에서 깨어났다. 조금씩 더 걷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꿈은 조금씩 진행되었다. 완결되지 않는 꿈에 대한 호기심과 끝이 나지 않아 생기는 찝찝함이 같이 있었다. 하지만 그 그림자가 보인 며칠 전 부터는 이 꿈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억지로 깨기 위해서 알람도 맞춰놓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다. 꿈이 원하는 만큼 진행되어서야 내가 일어날 기회를 주었다. 내 드라마는 어떻게 해야 종영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다가온다. 내가 뛰면 뛸수록 빠르게 다가온다. 옷장 안에 숨으면 나를 찾아온다. 발걸음 소리가 커져만 간다.


"...윽으읍!"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목소리가 나온다.


그 다음날부터 옷장에서 시작한다. 나는 이 옷장에서 나가고 싶지만 나간다면 그림자가 나를 덮어버릴것이다. 검붉은 반점에 팔다리는 없고 뾰족한 몸체. 나는 그것을 옷장 사이로 보고야 말았다. 그것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천천히. 쿵. 쿵. 도망칠 여지는 없다. 그것이 문을 잡았다. 그것이 문을 열 것이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 내 아래에 그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등을 켜고... 아니, 켜고... 켜고...





"..." 






안락한 드라마. 그것이 나의 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