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콜라보다 당도가 더 높다. (O/X)'
스크린에 문제가 떴다. 본격적으로 선수들이 모를 만한 문제들이 대거 출제되기 시작했다. 문제들은 모두 제육볶음의 기본재료와 필수양념인 돼지고기, 고춧가루, 대파, 양파, 마늘, 간장, 설탕에서 출제된다고 했다.

"첫번째 문제입니다. 과연 몇 명이나 맞출 수 있을 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정답을 쓰는 방식은 터치스크린에 쓰면 이름이 떠있는 스크린에서 이름이 사라지고 정답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문제를 본 강찬과 연재를 포함한 모두는 순간 당황했다. 너무 많은 잡지식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OX문제였으므로 잘 찍기만 하면 되었다.

"자, 첫번째 문제의 정답을 공개합니다!"
스크린에 정답과 함께 해설이 떴다.
'O. 마늘은 약 30브릭스이지만 콜라는 10.6브릭스입니다.'
오답자는 대규모였다. 25명 중 13명이 틀렸다. 다행히 강찬과 연재는 운좋게 정답을 맞추었다.

이렇게 10문제가 지나갔다. 참가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 별의별 희안한 문제들 끝에 강찬은 7문제, 연재는 6문제를 맞춰 상위권에 위치해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두뇌싸움은 지금부터였다.

사회자가 말했다.
"자, 지금부터는 학생 여러분들께서 직접 문제를 내셔야 합니다. 문제를 내면 기본점수 100점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문제를 잘못 내면 기본점수 100점은 다른 사람들에게로 넘어갑니다. 학생선수들이 문제의 정답을 잘못 알고 계실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정답은 특별히 준비한 정확도 100%의 마도구인 문제판정기로 산출해내겠습니다."

문제를 맞추려는 선수들과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몰입감과 흥미도를 불러일으킬 만한 문제판정기라는 도구가 세트장 가운데에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채 테이블과 함께 옮겨졌다. 그리고 검은 천을 빼자 전자레인지같이 생긴 도구가 컴퓨터에 연동된 것이 보여졌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자, 그럼 학생선수들의 문제를 들어보도록 하죠. 번호 순서대로 각자 단상 위에 올려진 마이크에 문제를 말하시면 됩니다. 대회 도중에 있었던 개념들을 내셔도 됩니다. 또한 식재료 관련이라면 어떤 기발한 문제라도 환영입니다. 그럼 첫번째 선수, 문제를 내주십시오."

가장 왼쪽에 자리잡은 선수가 긴장감에 조금씩 떨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 음식은 미니 양파나 분구형 양파로도 불립니다. 양파의 4분의 1 크기이지만 단맛은 9.4브리스로 양파보다 훨씬 답니다. 쿼세틴을 양파보다 2.7배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이 식품은 무엇입니까?"
"자,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시작부터 문제의 퀄리티가 훌륭합니다. 자, 이제 문제판정기가 정답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30초 드립니다."
강찬과 연재는 그 자리에서 무슨 음식인지 생각하느라 굳었다. 분명 요리책에서 봤던 기억은 났다. 서양 요리에 자주 쓰이는 양파였다.
"자, 이제 정답을 보여주세요!"
강찬의 정답은 샬롯. 연재의 정답은 핀넬. 시작부터 둘의 정답이 갈린 것이었다. 사회자의 말 후에 문제판정기에서 정답이 나왔다. 정답은 샬롯. 강찬은 안도했지만 연재는 아쉬워했다.

사회자는 다음 선수에게 출제를 요청했다. 2번째 선수가 말했다.
"식재료 관련이라면 뭐든지 상관 없다 그랬죠?"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걸로 내겠습니다."
2번째 선수가 알았다고 하고 문제를 제시했다.
"맛있는 양파를 오스트리아에게 주지 말고 우리끼리만 먹자는 내용의 프랑스 군가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정답은 '양파의 노래'였고 강찬과 연재 등 대다수의 사람들이 틀렸다. 참가자들은 식재료에 관련되는 것이라면 문제의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자는 바로 다음 참가자에게로 넘어갔다. 3번째 선수가 말했다.
"현재 지리적 표시제에서 마늘은 삼척, 의성, 서산, 남해, 창녕이 있습니다. 이 때 나머지 한 곳은 어디입니까?"
그런데 그 때 문제판독기에서 빨간 빛이 나오더니 그 선수를 제외하고 100점씩 올라갔다. 3번째 참가자는 당황했지만 문제판독기에서 뜬 것을 정보를 보고 자신의 잘못을 이해했다. 서산6쪽마늘은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취소된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최초의 출제오류에 긴장했다. 삭막한 분위기 가운데 다음 차례는 추강찬이었다. 강찬이 자신만 알만한 게 뭐가 있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연재도 알만한 게 뭐가 있나 고심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으니 가슴의 두근거림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강찬이 한 가지를 떠올렸다. 강찬이 연재도 맞출 수 있는 지를 생각한 결과 이 문제면 적당하다고 느꼈다.
"건조된 상태의 '이 버섯'은 건표고버섯보다 비타민D 함량이 약 21배 가량 높습니다. '이 버섯'은 무엇입니까?"
"네, 처음으로 채소가 아닌 문제입니다. 문제판독기가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학생 선수들이 정답을 적고 있습니다. 자, 모두 다 적은 것 같으니 정답을 공개합니다!"
정답은 당연히 목이버섯. 강찬이 연재가 바로 정답을 눈치챈 것에 안도했다. 이번 문제는 25명 가운데 6명이 맞췄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한 바퀴를 돌았고 문제는 거의 마무리되었다. 패자부활전의 난이도에 모두가 조금씩 휘청였다. 패배의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강찬과 연재는 다행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다. 강찬은 2번째 문제로 '가장 비타민D가 풍부한 버섯은?'을 냈고 정답은 흰목이버섯이었다.

"자, 이제 4문제 남았습니다. 과연 하위권 여러분들은 이 점수를 역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문제 말씀해주시죠.
연재가 2번째 문제를 말할 때가 왔다. 연재도 강찬을 고려해서 문제를 냈다.
"알리신은 '이것'을 배출해 혈관의 강직성을 떨어뜨려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이것'은 무엇입니까?"
정답은 일산화탄소. 추강찬의 204강전 패배원인이었다. 강찬이 연재의 패배원인을 문제로 낸 것처럼 연재도 강찬의 패배원인을 문제로 낸 것이었다. 
강찬은 바로 정답을 썼다. 그리고 당연히 정답을 맞췄다.

마지막 참가자의 문제는 슈퍼푸드에 대한 문제였고 정답은 그리스와 오키나와였다. 이 문제를 마지막으로 패자부활전의 막은 종료되었다.

점수를 합산하여 결과가 나왔다. 진출자 15명의 명단에 강찬과 연재가 들어있었다. 둘은 다시 기회가 있다는 희망과 쾌감에 속으로 환호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밖으로 표출했다. 관객들도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탈락자들은 이번에도 아래층의 볼풀로 떨어지면서 세트장에서 강제퇴장되었다.


대회가 끝나고 모두가 세트장 바깥으로 나갔다. 강찬과 연재도 같이 따라나갔다. 이것보다 더 다이나믹한 인생의 롤러코스터는 없을 것 같다고 그 둘은 생각했다.

나가면서 대기실을 보니 매우 한적했다. 187명이 바글바들했던 곳에 15명만 살아돌아오니 그 공간이 쓸데없이 넓어보였다. 승리한 선수들은 그렇게 제각기 흩어져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강찬과 연재도 아직 대기실로 남아있는 곳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도록 서로 신호를 보내면서 한적해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둘은 들어가서 시작부터 서로 얼싸안고 좋아라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고 절망의 희망으로 바뀐 지금이라는 희망가가 이 순간에 한꺼번에 표출되었다. 둘에게는 대기실의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았다. 들떠서 둘 다 모두 원래의 내성적인 성격보다 표현이 더 다채로워졌다.

그렇게 둘이 방방 뛰며 -물론 은유적으로다.- 기쁨을 나누던 때였다. 대기실에서 누군가가 문 옆에서 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연재와 강찬이 당황하면서 그쪽을 돌아보니 뭔가 낯익은 얼굴이었다. 강찬이 머리를 굴려 기억해내다가 태오가 204강전에서 금새 친해졌던 남자애였던 것을 생각해냈다.
"임경빈, 여기는 어째서..."
강찬이 이 대회에 숨은 음모에 대해 자신들이 한 이야기를 들었을 지 불안해하며 말했다. 그러나 임경빈에게는 이 말의 뜻이 다르게 들렸다.
"호오, 너희들 사귀고 있었어? 진작에 알려주지."
임경빈은 비밀연애가 들켜서 강찬과 연재가 당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강찬과 연재는 당연히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부인했다.
"애초에 그런 사이 아니거든?"
"에이, 거짓말. 지금 둘이 케미 되게 잘 맞는데. 아니면 혹시 썸이라던가?"
임경빈은 계속 지켜보는 동안 하도 분위기가 좋아서 그들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마음 없다고."
강찬과 연재가 동시에 말했다. 임경빈은 그래서 더 믿지 않았다.
"뭐야, 호흡이 찰떡같으면서. 흐흐."
"그런거 아니라고."
"아무튼 너희들 친해보이니까 태오한테 보고해줄게?"
"야, 하지마!"
강찬은 자신과 연재가 교류하고 있다는 걸 알면 태오가 살짝 놀리는 듯한 말투로 추궁해댈 게 뻔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막았다. 추궁당해서 사실을 말하는 순간 두통이 운석충돌 급 이상으로 밀려오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이상한 소문이 생기면 곤란했다.
"흐흐, 오케이. 내가 이번에는 친히 이 비밀은 발설하지 않아주지. 아무튼 좋은 연애!"
임경빈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실실 웃으면서 6층을 빠져나갔다. 강찬과 연재는 임경빈이 콧노래로 사랑노래를 부르면서 가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근데 쟤는 누구야?"
연재가 말했다. 연재는 204강전 때 애초부터 그 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 임경빈이라고 204강전에서 내 친구 박태오랑 붙은 애. 그나저나 쟤도 패자부활전 통과했네."
"그보다도 쟤는 이상한 소문이나 퍼뜨리고 다니지 말아야 할텐데."
"그러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