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죠?


난 지금 눈앞에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저모습...그녀가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인류절반사태 발생 동시에 사라져버린 나의 ‘첫사랑’이니까.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거지?


-이 아이는 보시다시피 창조신께서 만드신 생명체, 네가 만났던 그애와는 다른 생명체야. 오타쿠의 신의 제안을 받아들여 히로인, 즉 여주인공을 넣기로 결정했나봐. 그래서 너와 관련된 인물중 히로인과 가장 밀접한 관계인 이 아이의 남아있던 생체자료를 활용해서 만든게 바로 지금 보고있는 그대로지.


-그럼 지금 만날수있을까요?(두근두근)


-지금은 만날수없어. 아직 영혼을 넣지 않은 상태고 마음도 지혜마저도 없는 상태지. 빈 껍데기에 불과해. 나중에 꼭 만나게 해줄테니 너무 조급해하지마. 왜? 오랜만에 만나니까 기쁘냐?


그야 당연하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 그럴거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과 동시에 내안에선 죄책감도 같이 나타났다. 그녀를 끝내 지켜주지 못한게 그 이유였던 걸까?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 그녀가 내앞에 있으니까..........안심이 된다.

그런일이 있던후에 혜움은 자신의 신전에 있는 여러개의 방 중, 하나를 나에게 주면서 여기서 생활하면 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난 그방에 들어가 방구석에 있는 돌침대에 기대어 천장을 응시하면서 그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제 4화. 준비완료


미리내.


그녀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노부부 사이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난 하나뿐인 외동딸이었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부모와 함께 자주 그 잡화점에 가곤 했다.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한 그곳엔 항상 그녀, 리내가 있었다.


처음에 만났을때 리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문뒤로 잽싸게 숨었다. 하지만 난 아랑곳 하지않고 같이 놀자며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때부터 쭉 같이 다니게됐다. 리내는 착하고 예의 바르면서 항상 어느곳에서나 밝게 빛났다. 웃을땐 천사같은 미소를 짓고, 가난한 이웃에게는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며, 가끔 내가 안좋은 길로 빠질려고 할때마다 그녀는 항상 날 붙잡아줬다. 그렇다. 리내는 어둠을 비쳐주던 빛, 그 자체였다.


그런모습을 보며 난 그녀를 동경하게 됐고 그녀를 지켜주기로 다짐했으며 어느순간 그녀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난 리내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우리가 어렸을때 자주놀던 공원으로 불러내서 그녀앞에 서서 그녀를 마주봤다. 그녀의 눈속에선 전에 우주를 봤던 것만큼이나 깊고 순수했으며 입술은 전보다 더 성숙해보였다. 이내 난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 할수없어 고백을 하려는 그 순간.


그녀는 내가 보는 앞 그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리내는 인류절반사태의 희생자가 되고 만것이다. 이때부터 반짝이던 빛이 사라져버리고 나에게는 검은 그림자, 그것도 지켜주지 못한 그녀의 모습이 어둠속에 맴돌고 있다. 리내는 그때 분명 날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래왔지만 지켜주지 못한 리내의 마지막 미소는 나에겐 아직도 커다란 죄를 짊어진듯 했다. 


울고계시는 리내의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차마 보여줄수 없었다. 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그대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꼭 돌아올거라고. 리내라면 이렇게 위로해줬겠지 하면서. 그런 나도 자그만한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리내는 꼭 돌아오리라고.


*********************************


-휴우....(한숨)


이민. 저자식 상태가 요즘들어 이상하다. 거길 다녀온이후로 하루종일 방에서 한숨만 쉬고 혼자 멍해있고, 무슨말을 시켜도 건성건성 대답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거지?


-생각의 신. 쟤 무슨 생각하고 있냐? 여주 보여준 이후로 계속 저 상태야;; 기뻐할줄 알았는데...오히려 더 우울해보이잖아!


-흐음.... 아마도 저건, 움~(생각의 신 아라)


-뭔데뭔데! 알려줘!


-생각이 그 여자애로 가득한걸 보면 일명 상사병에 걸린것같네요. 움~


-뭐라고?! 상사병?!? (나도 아직 안해본것을) 하아, 어쩔수 없네. 나중에 할려고 그랬는데.


-움~ 그렇군요. 만나게 해줄 생각이군요.


-그래. 상사병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게 해주는 수밖에 없잖아. 별수있어?


-움~ 그럼 당장 데려오시는게 좋겠네요. 이민님께서 벌써 443번째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릴까 하고 계속 머릿속에서...


-당장 데리고 올게!!(후다닥)


잠시후 혜움은 방에서 혼자 토라져있는 나에게로 다가와선 리내라는 아이를 데려왔으니 기분 좀 풀라며 나를 달랬다. 이에 나는 혜움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더니 혜움은 그제서야 피식 웃으며


-난 나갈테니 둘이서 이상한짓 하지말고 좋은 시간 보내라. 그럼 난 이만.


그러고 나간후 얼마 안 있어 진짜로 리내가 내방에 들어와 말없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곧장 리내에게로 다가갔다. 난 그녀를 보자마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당장이라도 말하지못한 고백이라도 하고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죄하고픈 마음까지 들었다. 여기 서있는 리내가 진짜가 아닌란걸 알고있다. 하지만 신들의 말대로라면 여기있는 리내도 리내일거다. 왜냐하면 육체는 달라도 마음만은 같을테니까.


그러면 먼저 뭐라고 얘기하면 좋지? 다짜고짜 이제와서 좋다 말해도 그녀가 받아줄까? 그렇다고 미안하다 말해도 오히려 비굴해 보일지도 몰라! 혹시라도 내가 싫어지기라도 하면... 아아 뭐라고 말해야 하...


-뭘 계속 꼬라봐? 기분 나쁘게. 

-어?


(그리고 잠시후)


-흐어어엉~~ㅠㅠㅠㅠ 지혜의 신! 당신 또 날 속였지! 저렇게 난폭한애가 리내일리가 없잖아!! 아니야! 아니라고....(현실부정)


-뭐? 그럴리가(뒤적뒤적) 여기에 적혀있기론 맞는데? 이름은 미리내, 나이는 16살 동갑. 팬티색깔은 불명이지만 성격은....응?


※ 성격: 까칠한 츤데레 

(처음에는 원성격대로 할려했으나 전에 인류절반사태의 피해자라 감안했을때 새로운 영감을 주기 위해선 새로운 히로인이 필요하다 간주. 따라서 이에 제안한 오타쿠의 신의 말대로 요즘뜨는 츤데레로 최종결정. 여윽시 츤데레 아이시떼루~!!)


-(이 빌어먹을 돼지새끼가...!)



그후로 이민의 상사병은 해결된 듯했지만 다른의미에서 고민에 빠진것같다. 하지만 전보다 나아진 듯하다.(충격이 꽤나 컸나보다)


-모두들! 절대신님의 연재 마감날이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그러기위해선 우리가 힘을 합쳐 진행해야합니다. 먼저 염라대왕과에 협의 하에 다수 악마들과 지옥의 신들께서 악당역활을 맡기로 결정. 이걸로 등장인물 섭외는 얼추 마무리 됐고, 문제는 이야기 진행인데... 우선 호명하는 주요신들과 내용의 기록을 도와줄 기록의 신만 남고 차차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힘내서 이야기를 완성해 나갑시다!


-옙!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 원래대로라면 절대신께서 직접 쓰시는게 정상이지만, 소재가 다떨어진 현상태에선 우리가 직접 스토리를 짜서 『영감』의 형태로 제시간에 보내야 절대신께서 영감을 받아 다시 글을 쓰게 될것이다. 안그러면 우리의 존재는 영영 공백으로 남은채 사라져버린다. 얼른 끝내야해. 어서! 


-예언의 신! 지금시간 얼마남았어?


-앞으로 2일 남았습니다. 서두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만.(예언의 신 하제)


-돌겠네! 아직 마무리도 덜 됐는데!!! 모두들 어서 아이디어 좀 내보세요!!


-이봐이봐. 이건 일급비밀인데, 사실 이민님은 다른 행성에서 온 마지막 남은 격투민족 외계인이라는거짛! 그러니까 이야기 마지막엔 숨겨진 외계의 힘으로 단숨에 물리치시고 전리품으로 우주전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는... (허풍의 신)


-(빠직) 넌 좀 닥치고 있어!!


그렇게 절대신께 보낼 영감(서류)마감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우리 신들은 원래 맡은바를 다하면서 밤을 꼬박새서라도 이야기를 완성시키는데 열중했다. 이제 마감시간은 앞으로 3초. 2초. 1초......


-드디어 완성했다!!!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를 절대신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절대신의 직속 전령)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시간, 나 이민. 지혜의 신 혜움이 주인공이 이야기를 스포당하면 안되니까 방에 얌전히 있어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가고 싶어도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지만. 그렇게 방에 틀어박혀 며칠동안 천장만 주구장창 바로보고 있던 와중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하아암~(하품) 오늘따라 졸음이 쏟아지네... 한숨 좀 자야겠다.


그렇게 누운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또 혜움일려나. 하지만 그 목소리를 자세하게 들으면 들을수록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오빠 일어나! 아침이야!!


-어....? 아..아침이라고?


그 목소리에 눈을 뜬순간 내 여동생이 앞에서 필사적으로 날 깨우고 있었고, 난 지금 모든게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여기...신전이 아닌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오빠. 엄마가 밑에서 기다리고 계셔.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 서둘러!


설마 지금까지 꾼게 꿈? 진짜?! 헐;; 난 그것도 모르고 여태까지 꿈속에서 놀아났던거야 난? 어쨌든 꿈이어서 천만다행이야.ㅎㅎ 여동생이 깨어주지 않았으면 내방에서 일어나지도 못했겠지? 내방에서 절대.... 어? 잠시만.


-여긴 내방이 아니잖아?!!


[이것이 바로 용사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