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울에 살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여수 소라초등학교로 전학 온 초등학교 5학년 학생, 박요한이다.

내가 전학 온 때는 세월호 참사 직후였기 때문에 걱정이 좀 있었지만 또 분위기가 무조건 어두운 것만은 아니어서 안심했다.

전학을 오자마자 몇몇 일진들의 표적이 되었지만, 나와 친한 친구도 몇 있었다. 여기서는 딱히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

그렇게 그럭저럭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던 6월 말쯤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날 확 잡았다!

요한  : “크헉...

요한  : “읍읍!! 읍읍읍!!

나를 확 잡은 누군가는 구리구리한 냄새의 파란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딱 봐도 학교에 남아도는 걸 잡아온 것 같은데...?

나는 있는 힘껏 소리치고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거세게 저항했으나, 마스크에 수면제가 뿌려져 있었는지 점차 눈이 감겨갔다. 내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며 아무도 모르게 날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누군가  : “넌 이제 죽은 목숨이야, 자식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를 끝으로 수면제에 의해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곳은 어두컴컴한 방 안이었다.

작은 환풍구와 굳게 닫힌 철문이 있는 방.

난 그 방에 혼자 있었기에, 이미 삶을 포기하고 죽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날 납치한 건지, 그리고 누가 납치했는지를 생각해보면서.

인신매매? 강도? 협박? 아니면 설마... 재미로? 에이, 이건 너무 심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녁 노을빛이 어두운 시멘트 벽을 비추고 있었다.

시계가 오후 7시 정각을 알리고 얼마가 지나지 않자, 갑자기 굳게 닫힌 철문에서 열쇠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의문의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방 밖 복도 형광등의 빛이 너무 세서 눈이 부셨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만 '어디선가 봤다'는 그 어중간한 느낌 하나만이 뇌리를 강하게 자극할 뿐.

아무튼 그 사람들은 한 아이를 방에 내팽겨치고 다시 문을 잠갔다. 

수면제 기운이 다 풀린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힘이 별로 없었고, 그 아이를 냅뒀다. 지가 알아서 깨어나라 그래...

그렇게 잠깐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깨어났다. 그 아이는 상황파악이 덜 됐는지, 말없이 앞을 쳐다보았다. 근데 쟤... 우리 학교에서 자주 봤었는데, 누구더라... 에이, 설마 같은 반 친구는 아니겠지?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먼지만 날리던 허공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납치당한 사람 치곤 약간 부자연스러운데...? 뭐, 당황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내 귀청만 터져나갈 뿐.

그 아이  : “누구 없어요? 저기요-!”

근데 그때 뒤에 있던 큰 상자에서 부스럭거리는 작은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소리 때문에 누군가가 깬 모양이다. ...어? 잠깐.

내가 찰나의 생각도 하기 전에 그 아이는 뒤에 있던 상자로 다가가 상자를 열었다. 그 아이는 상자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을 깨우려고 했다. 

상자 안에는 한 아이가 갇혀 있었다. 파란 후드티 차림이었다. 얼굴에 상처가 좀 있는 걸 보니, 날 괴롭히던 일진 놈들과 다를 바 없는 위험한 자식인 것 같다.

아무튼 그 아이와 함께 후드티를 입은 아이를 계속해서 깨우자, 아이가 자신의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영 당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상자에서 일어난 아이  : “음..? 여긴 또 뭐야. 어엇?!”

그러나 아이도 주변 상황을 보자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좀 깨어나자 난 아이를 진정시키려 몇 마디의 대화를 했다. 으, 잘못 하다간 쳐맞을 것 같아... 침착하자.

요한  : “저기... 안녕?”
후드티를 입은 아이  : “지금 어떻게 된 거야? 여긴 또 어디고?”
요한  :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네 이름은 뭐야?”
진호  : “내 이름은 진호야. 청주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요한  : “난 박요한이야. 나도 초5.”

이렇게 나와 진호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까 전에 들어온 아이는 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요한  : “어쨌든, 탈출해야 할 것 같은데 네 몸을 수색해봐도 될까?”

진호  : “내 몸은 내가 수색해. 너도 네 몸 한 번 수색해 봐.”

흠, 말을 좀 잘못 했나?

진호와 내가 몸을 각자 수색해 봤더니 진호의 옷 주머니에서 의문의 열쇠 한 개가 나왔다.

그러나 우리가 갇힌 방의 방문에는 열쇠구멍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요한  : “열쇠는 잠시 넣어두고, 일단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해 보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탈출 준비를 해 볼까!

나와 진호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첫 번째로 들어왔던 아이는 은근슬쩍 방 안에서 없어졌다. 뭐였지, 걔는?

진호  : “알겠어... 아까 나간 걔는 신경쓰지 말자.”
요한  : “왜?”
진호  : “그건 좀 있다가 설명해줄게. 지금은 너무 위험해서.”

아무튼 우리는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평소 검은방을 많이 했었던 나이기에 이 쯤이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갇힌 방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먼저 각목을 살펴보았다. 

벽에 놓여져 있는 자작나무 색의 굵기 5cm, 길이 30cm 정도의 네모난 각목이다.

아주 단단해 보인다. 납치된 사람들을 체벌할 때 쓰는 것 같다.

그런데 보통 각목은 아니다. 주기율표 그림과 'WHY'가 탄 자국처럼 새겨져 있다.

일단 여기서 얻을 힌트는 다 얻었으니 다른 걸 찾아보자.

여수시 관광지도도 살펴보았다.

집에서 프린터로 대충 뽑은 듯한 여수시 관광지도이다. 지도에 빨간 X자가 10개 정도 그려져 있는데 전부 17번 국도 근처에 있다.

굳게 닫힌 문도 살펴보았다.

회색 페인트로 적절하게 칠해진 철문이다.

사실상 이 방에서 나가는 유일한 문인데, 열쇠구멍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밖에서 우리를 볼 수 있는 확대경 비스무리한 것은 달려 있다.

환풍구도 있었다.

환풍구는 성인 남자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잠시동안 환풍구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환풍구가 너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내 이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 것도 없는 벽면 쪽에 혼자 덩그러니 써 있는 숫자, 17... 저건 또 뭘까.


다가가 보니 국도 문양처럼 보인다. 흠... 뭐지?

문양을 만져보자 갑자기 문양이 쑥 들어갔다. 그러더니 벽에서 비밀번호 입력판이 나왔다. 비밀번호 입력판 옆에는

국도번호? X개수? 순서대로.

라고 적혀있다. 

1710이라고 입력했다. 비밀번호를 맞게 눌렀나 보다. 갑자기 벽 중 일부가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다. 진호와 함께 나왔는데, 밖은 한밤중이어서 어두웠다.

요한  : “아싸, 밖이다!”
진호  : “이 망할 납치범들에게서 빨리 도망쳐 버리자고!”

아무래도 납치범들은 그 문 하나만 믿고 있었나보다. 문을 열자 밖으로 바로 나오는 구조다. 밖에는 마티즈 5대가 주차되어 있고, 마티즈의 보닛에는 17번 국도 문양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아까 진호의 옷에서 나온 열쇠가 바로 이 마티즈 5대 중 1대의 마티즈의 열쇠인 것 같았다. 너와 진호는 그 차를 타기로 했다.

운전은 어덯게 할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텐데, 난 소싯적 스쿠터를 몇 번 운전해 본 경력이 있었고, 아빠가 운전하는 모습을 어렴풋이 봤기 때문에 운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건 범법행위기 때문에 절대 하면 안되는 거긴 하지만...

가장 앞에 있는 차에 열쇠를 넣었다. 극적으로 열쇠가 맞아서 차에 탈 수 있었다. 연료는 꽉 채워져 있는 것 같다.

일단 빠르게 출발은 했고, 조금의 대화 끝에 여수 소라면 대포사거리 근처의 내 집으로 가기로 했다. 참고로 여기 돌산읍 돌산교차로 근처다. 의외로 납치장소가 가까웠어...!

요한  : “근데, 아까 방에 들어왔던 걔는 정체가 뭐야?”
진호  :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아까 혼잣말하는 걸 들으니까 걔도 납치범과 한패인 거 같더라고. 내 친구랑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그건 잘 모르겠네.”
요한  : “그래? 어떻게 우리 동갑내기들이 이런 짓을 꾸민대?!”
진호  : “아까 주운 쪽지를 보니까 그 아이는 납치범 관리를 위해서 납치당한 사람으로 위장했다고 나와있었어.”

뭐, 결론 났네. 일단 그 아이를 버리고 나와 진호는 17번 국도를 통해 나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했다. 

마티즈를 주차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 시계를 보니 벌써 다음 날 아침인 듯했다.

요한, 진호  : “!”

그런데 집 안이 완전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부모님은 집에 없었다.

침대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체력을 과도하게 써서 그런지 깜빡 잠이 들었다. 진호도 같이 잤다. 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 쯤이 되어 일어나게 되었다.

집 안에는 미처 가져가지 못한 돈이 있었다. 5만원권이 두둑히 쌓여있는 것을 보니, 왠지 아버지의 비상금인 듯 하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지나 주방으로 가 보았다. 수색했더니 샌드위치 하나와 쪽지 하나가 있었다.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를 반쯤 먹고, 쪽지를 읽어 보았다.

나는 납치범들의 협박을 피해 네 고향인 서울로 도망쳤단다. 너도 이쪽으로 오는 게 좋을 듯 해!

이제 난 방금 깬 진호와 함께 서울로 가기로 했다. 진호는 집이 청주이기 때문에 서울 가는 길에 태워주기로 했다.

여수공항에 도착했다.

마티즈에 있던 여수시 지도를 챙기던 중, 진호가 살던 청주시 지도와 여수 바로 위 순천시 지도를 추가로 발견해 가져가기로 했다.

탑승수속을 끝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에, 진호가 말을 꺼냈다.

진호  : “지도를 쭉 봤는데, 아무래도 17번 국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주로 납치하나 봐.”
요한  : “보니까 X표들 중에 우리 집에 표시된 것도 있더라...”
진호  : “아마 학교에서 친구들의 표적이 된 친구들을 중심으로 납치할 꺼야... 내가 소문을 들었어.”
요한  : “너도 그래?”
진호  : “응. 일단 서울에 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하자.”

아무래도 진호와 내가 납치범들의 비밀을 밝혀낸 것 같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온다.

1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휴대폰의 비행기 모드를 끄자 문자가 한 통 왔는데, 새로 살 집은 김포공항 바로 앞이라고 한다. 야 신난다!

난 김포공항경찰대에 납치범들을 신고했고, 경찰은 즉시 여수경찰서랑 협력해서 범인을 잡겠다고 했다. 진호는 방금 전 청주로 떠나보냈다.

요한  : “어.. 엄마!! 아빠!!”
엄마  : “얼마나 걱정했다고. 앞으로는 여기서 행복하게 살자~!”
아빠  : “나쁜 납치범 녀석들, 다음부터는 이 아빠가 꼼짝도 못하게 해 주마!”
요한  : “하하하하하하하!!!”

해냈다.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납치범들의 소굴을 탈출해 비밀을 밝혀내고 서울에 있는 집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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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타 사이트의 원작을 소설로 재구성했습니다. 비밀은 5부작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