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사람은, 다른 사람과는 달라."


그는 일렉 기타의 후면에서 기타줄을 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불안해 한다는 거지.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며 자신이 버는 돈, 자신이 사는 곳, 심지어는 자기 안에 있는 자신의 생각마저도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며, 거기서 위안을 찾는다는 거야."


익숙한 손놀림으로 낡은 기타줄을 접어두고, 봉지에 개별 포장 되어 있는 새 기타줄을 꺼낸다. 방금 전까지 아무 것도 없었던 플랫 위로, 언제 그랬냐는 듯 기타줄이 하나하나씩 다시 헤드머신 위로 팽팽하게 감긴다. 그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노래가사, 소설, 연극을 접할 때는 이야기가 다르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랑 노래, 심지어는 막장 드라마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보면서도 그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게 돼. 자신의 상황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데도. 왜냐?"


여섯개의 선들이 자신의 음색을 찾아간다. 별다른 기구 없이, 그저 몇 번 튕기는 것만으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높낮이를 똑같이 맞춰 가는 그의 동작은 한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자기가 겪을 일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야. 나 자신이 피해 받을 일이 없는 상상 속의 세계라는 건,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라는 거지. 타인의 상상의 나래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자극적이야. 그 동안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부분, 혹은 꿈꿔오고, 바라왔던 지난 날의 추억에서 느껴졌던 간지러운 부분을 그 이야기들이 긁어주는 거지. 거기서 무언가 채워진다고 느끼는 거고."


기타줄을 계속 초킹하며 길을 들인다. 느슨하게 매어진 부분을 다듬는 작업이다. 이윽고 조율이 모두 되었다고 생각하였는지, 그는 코드를 몇 번 쳐 본 뒤, 바디 부분을 격려하듯 손으로 두어 번 툭툭 쳐 주고서는 스트랩을 둘러 어깨에 메었다.


"진통제... 라고 불러도 무방하겠군. 말 그대로 '느낌' 만 들게 하는 거니까. 현실은 현실, 공상은 공상."


케이블을 앰프에 꽂자 아찔한 전자 잡음이 퍼져나온다. 다른 멤버들은 이미 무대에 나가 있는 상태이고, 이제 곧 그들의 무대가 시작될 것이다.


", 방금 거에서 잠깐 덧붙일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게 하나 있긴 있지."


앰프는 단순한 금속 현의 울림을 몇만 배로 증폭한다. 마치 지금 단 하나의 움직임에 몇천의 성대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듯.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 몸도, 마음도 말이지. 그렇기 대문에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더 강한 약을 계속해서 찾게 되는 거야. 마치 우리와 같은."


중얼거림은 관중들의 함성에 들리지 않는다. 그가 해야 할 말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가 열쇠가 되어, 열광이라는 맹수를 이곳에 풀어놓을 것이다. 바로 지금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