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휘둘렀을 때는 의아함을 느꼈다. 나란 인간은 폭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주먹에서 느껴지는 촉감과 터져나오는 나오는 비명소리에 흥미가 느껴졌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상만 다를 뿐 결국엔 똑같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어쩌면 새로운 놀잇거리를 찾은걸지도 몰라. 그날은 너무 기쁜 나머지 어금니를 잡아서 뽑아 버렸다.


타인에 대한 폭력의 가장 좋은 점은 본인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프지 않다면 보다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겠지.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범죄자로 낙인 찍히게 된다.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었지만, 범죄자가 된다면 가족이, 부모님 역시 사회의 울타리에서 튕겨나가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님에게는 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면 신중해 질 필요가 있었다. 


행동은 비정기적인 간격으로 동기를 알아채지 못하게 아무런 관련성도 없는 남녀노소 무작위로 그 자리에서 내키는대로 뽑았다. 장소도 매번 지역을 달리했으며 간간히 외국까지 나가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 이유도 없이 선별된 사람들에게 동정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알량한 양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죄책감 또한 얄팍했다. 그에 비해 그 행위에서 오는 보람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오래토록 이 행위를 계속 이어나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때의 경험들은 값지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먼 훗날 언제든지 눈을 감더라도 잔잔히 떠오를 인생의 보물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살을 가르고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고, 태우고, 얼리고, 형체가 남지 않도록 분쇄하고, 분쇄해서 갈아버린걸 다시 모아서 모양을 만들고, 그것도 지겨워 질때 즈음에는 사람의 형태를 남긴채로 일반적으로 굽혀지는 관절과 반대 방향으로 전부 꺾어서 뒤틀어 버리기도 하고, 겉으로 터져 나오지 않도록 조심스레 공들여서 안 쪽의 모든 뼈를 부숴버리기도 했으며, 산 채로 일정 간격으로 살집을 떠서 신체 한 구를 100조각 이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정말로 즐거웠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불만을 말하자면 상대방의 표정 정도일까.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울부 짖다가 시작하자마자 격통에 휩싸여서 온갖 몸부림을 친다. 집중하고 있을 때에 그러면 정말로 고역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넘기면 어느 순간 소리가 사라지더니 움직이지를 않는다. 마지막에는 항상 절망에 빠진채로 굳어 들어간 표정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정말이지, 즐기고 있는데 그런 얼굴을 본다면 김이 새서 곤란하다. 결국은 항상 시작하기 전에 머리에 헝겊같은 것을 씌우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기에 자신의 몸을 건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흉터는 곳곳에 남아있었지만 숨기고 다니니 주변의 친구들이 생겼고, 부모님은 어느정도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셨다. 부모님과는 그 날 이후로 그 일을 일절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들 간의 암묵적인 금기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활발해지고 성실하게 지내자 부모님도 나름 걱정을 덜어버리 신 듯 했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잔잔하게 흘러갔던 시간이었던거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작업을 끝낸 뒤였다. 다소 고된 일이었기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담배를 한 개피 물었다. 노동을 하고 난 뒤에 담배는 각별하다. 그렇게 맛있게 숨을 들여쉬고, 폐를 거치고 남은 연기를 몇번인가 내뱉었을 즈음에 생각에 잠겼다. 


노동이라... 


조금 오래된 회의감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처음에는 땀을 흘리면서도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런 열정과 의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았고 머릿 속에서는 아직 시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 잔뜩 남아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시들해져 갔다. 애써 부정해봐도 그런 감정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앞으로 계속 해나간다고 해도 더 이상은 즐거워 질거 같지가 않았다.


머리를 감싸쥐는 손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한 숨을 타고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담뱃대의 열기가 필터를 타고 점차 손가락에 가까워 지는 것이 느껴졌다. 곧 있으면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재가 떨어지고 담배는 자신의 몸을 불싸르며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멍하니 보다가 무심고 반대쪽 손바닥에 담배를 지져보았다.


뜨겁다. 


쥐고있는 필터가 구겨질 정도로 힘을 주어 세게 지졌다. 뜨거움이 피부에 파고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채 이윽고 불은 꺼지고 지져진 손을 꽉 쥐었다. 열기는 아직 손 안에 남아있었다. 


그래, 이거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생함. 그에 비하면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칼질하는 것 따윈 시시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결국 타인은 타인인 것일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나도 모르게 김빠진 웃음이 새어나왔다. 깨닫는 것이 너무 늦은게 아닌가. 


이걸로 이 장난도 끝이다. 


집에 돌아오고 날이 밝기도 전에 한쪽 안구를 적출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난다면 이 기쁨이 옅어질 거 같았기에 바로 행동에 옮겼다. 


눈알을 후벼파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자상과 화상이 뒤섞인 고통은 안구가 있었던 자리를 짓누른채로, 끝없이 눈물은 고이고 흘러나왔다. 피눈물이었다. 비명이 나오는걸 멈출 수 없었기에 천뭉치를 입에 틀어막고 발악을 했다. 정말로 긴 시간이었다. 


결국에 기력은 한계에 달하고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든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