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초여름, 한반도. 이곳에서는 양쯔파가 물러나고 오호츠크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오호츠크해파의 기세도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앞에는 커다란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이다! 아군들은 모두 준비하라! 올해야말로 저 녀석들과 싸워 이길 때이다!"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가 병사들에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선포했다. 병사들은 모두 긴장한 채 전투 준비 자세를 갖추었다.

"적이 보인다! 모두 검을 들어라! 올해야말로 수만년 넘게 이어져온 이 지긋지긋한 전투를 끝마칠 때이다! 올해 겨울을 생각해보아라! 시베리아파가 한반도를 장악하지 않았느냐! 우리들은 그들을 본받아야 한다. 한랭건조한 우리 오호츠크파도 그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병사들이 검을 뽑아들었다. 검집에서 검이 빠지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퍼졌다.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적들이 오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저 멀리 보이는 북태평양파를 끝장내겠다, 반드시 저들과 싸워 승리를 거머쥐겠다. 그는 그의 주먹을 바짝 쥐었다. 그의 주먹은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 멀리에서 북태평양파가 다가왔다. 빠르게, 작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래도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의 사기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북태평양파가 다가온다. 다가온다. 그리고, 다가왔다.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북태평양파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태평양파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예전보다 훨씬 좋은 옷으로 무장했으며, 그들은 검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총을 메고 있었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니 심히 위협적이었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처음 기선제압에서 밀리면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허세가 가득한 말을 내뱉었다.

"어이, 이번에는 또 뭔가? 뭔 이상한 막대기를 가져왔네? 검으로 안 되니까 저걸로 두들겨 패겠다는 건가?"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근데 이거 불쌍해서 어쩌나? 너희들은 그걸 보기 전에 모두 총에 맞아 죽을 운명인데?"

북태평양파의 우두머리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를 비웃었다.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그의 비아냥거림에 분노가 일었다. 북태평양파의 우두머리는 그걸 힐끔 보고는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전장의 하늘에 그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근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조금 더 농락하고 싶었겠지만 올해는 빨리 꺼져줘야겠어."

"뭐, 말 다했어?"

"오, 정확히 맞췄네. 그래 말 다했다, 고작 태백산맥 넘으면서 눈물 콧물 다 쏟는 찌질이들아."

"뭐? 찌질이? 그리고 눈물 콧물이 아니라 빗물이거든? 빗물!"

"아, 찌질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들었나보구나? 그럼 뭘로 불러줄까? 애송이? 쓰레기? 아니면, 패배자?"

"너, 곧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거다!"

"너야말로."

둘의 신경전이 계속 이어졌다. 병사들에 있어서 이것은 이제 둘이 충돌할 것이라는 신호였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이 시작되었다.

 

"돌격하라! 오늘 북태평양파는 오호츠크파를 짓밟을 것이다!"

"누가 할 소리? 우리도 돌격하라! 저들에게 본 때를 보여주자!"

각 파의 우두머리가 우렁찬 목소리로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병사들은 그들의 명령에 장마전선이라는 전선에 뛰어들었다.

 

오호츠크파 병사들은 처음에는 유리해보였다. 그들 특유의 아래쪽을 파고드는 방식은 북태평양파에게 종종 먹혀들었다. 그들이 적진을 파고들 때마다 빗물이 쏟아져내렸고 한반도에 비가 되어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달랐다. 평소대로라면 오호츠크파와 북태평양파의 기세가 엇비슷해서 오랜 소모전을 거쳐야 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북태평양파는 기관총으로 오호츠크파들이 오는 족족 쓰러뜨려 돌진 그 자체를 차단시켰고, 오호츠크파의 전선은 점점 후퇴되어만 갔다.

북태평양파는 총으로 오호츠크파를 하나 둘 명중시키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오호츠크파의 전사자 수는 셀 수 없이 증가하였고, 끝내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그들을 철군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태평양파는 오호츠크파의 후퇴에도 얄짤없었다. 그들은 철군하는 병사들까지 모조리 총으로 죽여 싸늘한 주검으로 만들었고, 오호츠크파의 괴멸을 이끌어냈다.

 

오호츠크파가 괴멸당하는 모습을 본 우두머리는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저들은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저들은 대체 뭘 먹고 성장한 것이지?

그러나 우두머리가 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의 머리에 총구가 가뉘어졌다. 총을 들이민 자는 바로 북태평양파의 우두머리였다.

"어때, 이렇게 너희들이 참살당하는 꼴을 보는 건."

"어째서지?"

"뭐가? 이 패배자 쓰레기 찌질이 새끼가."

"어째서 너희들이 이렇게 진화할 수 있었던 거지? 어떻게 그렇게 단기간에 우리를 넘을 수 있었던 거지? 왜? 대체 왜?"

오호츠크파 우두머리의 절망감에서 비롯된 강한 질문은 북태평양파의 우두머리의 더욱 더 좋은 놀림거리였다.

"그거 아나? 지구온난화라고?"

"지구온난화...?"

"그래, 지구온난화. 저 아래 인간들이 우리들에게 만들어준 새로운 환경이다."

지구온난화.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그대로 벙찔 수 밖에 없었다.

"인간들은 우리 북태평양파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내 말이 틀린가? 우리들은 인간들에 의해 선택되었다. 인간들은 우리의 부흥을 위해 힘써주었다! 우리 북태평양파는 그 사명을 받아들여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어떤가? 인간들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그대로 머리를 푹 숙였다. 그는 아무리 대들어봤자 그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예감했다.

"그래...... 어서 죽여라."

"바라던 바다."

전선에 마지막 총성이 울려퍼졌다. 오호츠크파의 우두머리는 머리에 총알자국을 남긴 채 그대로 하나의 시체가 되어갈 뿐이었다.

 

북태평양파의 우두머리가 병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총을 하늘 높이 들어 병사들에게 자신있게 선포했다.

"우리들은 마침내 승리하였다. 저 빌어먹을 오호츠크파를 마침내 무찔렀다. 우리들은 인간으로부터 선택되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지구온난화라는 권세를 주었고 우리들은 그 권세를 누릴 것이다. 앞으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이제 태풍을 몰고 오는 적도파도 우리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보고 두려워하며 일본과 베이징으로 급히 도망갈 것이다.

병사들아, 총을 내려라! 이제 우리들의 시대가 왔다! 우리들의 왕국이 왔다! 이제 땅 위에 빗물을 뿌리는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다! 어서 마시고 취하여라! 그 누구도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북태평양파 병사들 사이에 우레같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들은 마침내 오랜 숙적이었던 오호츠크파를 완전히 이겨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