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3화




"------어라, 설마 보통 사람이 맞았었던 걸까요?" 


시야가 뒤집어진 내게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적어도 십미터는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그 말은, 내가 방금의 일격에 십미터나 나가떨어졌다는 뜻이다...


몸이 아파... 구르면서 날카로운 돌파편에 많이 쓸렸는지 화끈거려... 


"최소한의 마력을 쓰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결국 뭐였을까요, 이 아이는. 이러면 인질로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는데..." 


그래도, 몸 어디도 비명을 지르지는 않는다는게 행운이라면 행운이지... 


"...아, 그렇군요. 공격이 너무 빨라서 차마 마법을 못썼을 가능성도 있네요. 그 공주와 관계가 있다고 해서 모두 그만큼 강하지는 않을 테니..."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상반신을 일으켜 강 둔턱에 등을 기대앉았다. 사내는 아직도 혼잣말 중이다. 


"오? 아직 숨이 붙어있었군요. 다행이네요. 그럼 원래 생각했던 데로, 미끼로 써야겠습니다."


아니, 날 누구 미끼로 쓴다는 거야... 나 진짜 어제 그 사람들과 1도 관련 없거든? 그리고 난 아직 마법사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그런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오해를 하고 있는 사내는,


"몸을 운신할 수 있다면, 회복 마법 정도는 사용해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제 손톱에 정통으로 맞은 이상 치명상일... 테...?"




그리고, 드디어 눈치챘나보다. 곁눈질로 보니 왼손을 든 채로 굳어있다. 아무리 손톱이라고는 해도, 자기 몸이 깨졌는데 눈치채는게 너무 늦지 않나?


"...어라...? 이건 어떻게 된 거죠?"

"뭐긴 뭐야."


나는 오른손을 들어 끼워진 반장갑을 보였다. 그러자 [쩔그렁]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깨트린, 그의 손톱조각들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몰래 착용했던 이 장갑은, 티타늄 철판이 손등과 손가락 부분에 붙어있는 특제품이다. 이걸로 나는 날카로운 손톱을 받아내면서 그것들을 철판 사이에 끼워------ 두개, 살짝 깨트렸다. 


어디서 사냐고 하지 마. 나도 스승에게 받은 것들이야. 




"...이해할 수 없군요. 당신, 뭐 하는 사람이죠?"

"저기 말이야."


나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와 똑바로 섰다. 대신에 양 손을 올리는 자세를 취했다. 아까 속도를 봤을 때, 이런 자세로 있어도 이 거리라면 아슬하게 막거나 피할 수 있거든.


"솔직히 말해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1도 없거든? 네가 여기서 뭘 하든, 그건 내 상식 밖이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그러니까, 서로 못본 척 하자는 거잖아." 


좋은 교섭 시도. 상대는 내 실력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지만, 그래도 자는 개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는 하지 않을거라 믿는다. 




"------거절하죠."

"제길. 왜?!"


사내는 대답으로서------ 왼팔을 다시 들었다. 부셔진 손톱이 눈에 잘 띄도록.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손톱을... 재생시켰다?


"이 손톱. 제 프라이드를 한번이나마 못 쓰게 만든 '평범한 사람'을, 그냥 보내줄 수 없죠."

'으와... 싫은 타입.'


하지만 좋든 싫든간에, 이대로 물러날 수 없겠어. 아까 눈치챘던 '무언가'의 기운이 세련되게 정제되는 것이 느껴진다. 


'저게... 세계를 부수는 기술... ...아니, 마계에서 온 악마니까 그건 아닌가?'




"------이블 피스."

'두마리!'


그의 양 옆에서 종자들이 생겨나 돌진해왔다. 저 시꺼먼 형체는 재생된 기억 속에 있다. ...그렇네. 저 둘이 악마의 부하라는 녀석이라는 거구나. 그렇다면 그 둘을 소환한 저 사내도 학생회장에게 마크되어있는 적이겠지.


아까만큼은 아니었다. 속도를 전투력으로 생각해보면, 이 둘의 전투력은 기껏해야 상사의 절반 이하.




[챠앙!]


그래도 인간과 급소가 똑같을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양 어깨로부터 좌우 엑스자로 베었다. 근데 장기를 베는 느낌도 없어서 그냥 동강냈다.


"..."

"왜? 싸운다면서?"


벤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순살. 몸도 물러서 자그마한 페이퍼 나이프로도 깔끔하게 베여졌다. 


"마력을 쓰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잘 관찰하고 있네. 그러면 방금 공격이 별 거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을 텐데."

"..."




사내는 말 없이 마법진을 그렸다. 그때의 영상처럼, 공중에 뜬금없이 자그마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어더스티 레인."

"...탄 불꽃?"


즉시, 마법진에서 불꽃들이 발사되었다. 저건 쳐내려고 하면 만화처럼 폭발하려나? 그럼 검풍. 어 만화나 소설에서 검성들이 만들어내는, 그 검풍. 


양 손 합해서 무기는 나이프 하나뿐이지만, 오른손등의 금속판을 부품삼아 작은 검풍벽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다.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가 만들어낸 벽에 불꽃들이 부딫히자 예상대로 터진다. 터지면서 생각보다 연기가 많이 나온다. 연막탄 용도였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 나는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 사이로, [샤악]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공기가 잘려나갔다. 치고 들어오는 왼손의 손톱이 머리 위를 지난다. 하지만 자세를 보아 분명 다음 공격이 들어올 것이며------ 비교적 여유롭게 피한 왼손과 달리, 어느샌가 악마의 팔로 변한 오른 손이 내 목을 향해온다...!


[챠아앙!!]


"으윽...!"


나는 다시한번 멀리 튕겨나갔다. 아... 제길. 아프다니까... 




나는 뒷목을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멀리 나가떨어졌는데도 연속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피했나?"

"맞았다고..."


아니 그걸 말하는게 아닌데. 공격이 통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가벼운 잽이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왼쪽 팔부분이 좀 찢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 찰과상이네. 오히려 맞고 날아간 내가 더 손해겠다. 




"그 페이퍼 나이프. 도저히 내 손톱을 막을만한 물건으로 보이지 않는데."

"응. 이걸로 막다가는 부러져서 파편 이리저리 튀고 그럴걸."


내가 무기로 쓰고 있는 이 나이프는 날카롭긴 하지만 단순한 커터칼 수준의 강도를 지녔다. 양산품이라고. 이건 날로 상대를 베는 용도지 면으로 막으라고 쓰는게 아니다.


"이거다 이거, 네 손톱."


나는 손등에 숨겼던 부서진 손톱을 내보였다. 마력이 발산되어 형체가 흐려지고는 있지만 한번 버틸 정도는 된 물건. 다음 공격은... 또 뜯어내야지 뭐.




해는 완전히 졌다. 내 상식으로, 이제는 녀석의 힘이 더 강해질 거다. 이대로라면 이 대치도... 더 유지할 수 없을 텐데...


'...?'


"아무래도, 당신을 이 곳에서 전력을 다해 죽여야 할 필요가 있어보이는군요...!"


'...기척... 그것도 하늘에서...'




사내의 모습이 또 한번 변했다. 얼굴도 검어졌다. 이색의 단벌머리가 길어져 두둥실 떠올랐다. 팔다리 근육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옷이 조금씩 찢겨나갔다.


뭐야 몰라 저거 무서워... 아까 손톱이 자랑거리라 했으니 베는 건 문제없겠지만, 저 두께는 좀...


"그 공주와 싸울때까지 이 모습을 아껴두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군. 대신에 이 모습을 꺼내게한 찬사로써------ 고통없이 끝내주마."


이런, 낭패다. 1초 안에 돌격할 태세다. 목숨의 위기를 느껴 살짝, 소름이 돋는데------




"히야아아아앗------!!"


그 순간, 하늘에서 섬광이 쏘아져내렸다. 섬광은 쏘아져 내리며 콘크리트 바닥을 부수며------ 사내의 오른팔을 잘라내버렸다.


그리고, 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반격하는 악마의 손톱을 받아내고 그대로 밀어내버렸다. ------금발의 여기사가.


'엄청난 괴력이잖아!?'


경악하는 나를 뒤에 두고, 그녀는 악마와 거리를 벌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다시금 자세를 재정비하는 모습. 거기에도 빈틈이 없다. 주위에 떠다니는 강한 기운이, 그녀의 강함을 증명해주고 있다.




"------또 심한 밤이구나."


그리고, 학생회장까지 친히 이곳에 강림했다.



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