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온도는 차갑다. 하지만 항상 경험하는 것이였으니. 플라타너스의 잎이 좀 더 짙어지기까지 몇 주가 더 필요할 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물티슈를 꺼내서 그녀의 입 안에 집어넣는다. 나는 묻는다.

"어떤 맛이나?"
 그녀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다.
"쓴데."
"그렇구나."
 나는 그녀의 입 안에 물티슈를 계속 집어넣었다.
"새로 뽑은 물티슈는 축축하네."
 나는 계속 그녀의 입 안에 물티슈를 집어넣는다.
"야."
"왜."
"멀쩡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에 물티슈 같은 걸 집어넣지 않아."
"좋은 지적이야."
 나는 물티슈를 계속 집어넣어서 그녀의 입에 더 이상 물티슈가 들어가지 않을 때 까지 집어넣었다. 그녀가 뱉어낸다. 나는 그녀의 입에 들어갔다가 나온 물티슈의 갯수를 센다.
 "나 갈께."
 그녀는 그렇게 가버린다. 나는 그녀를 붙잡지 않는다. 천천히 물티슈를 세보니 총 37매였다. 
 다음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남아있는 물티슈에 기름을 붓고는 불을 질렀다. 내가 먼저 말했다.
 "미쳤냐?"
 나는 소화기를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에 소화전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저기에서는 물이 나오잖아. 기름화재에는 물을 부으면 안되지 않나? 소화기가 필요한데.'
나는 소화기를 찾으려고 방 밖으로 나가보았다. 소화기가 복도 모서리에 비치되어 있었다. 나는 소화기를 들고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떤 남자가 창문을 통해서 몸을 들이밀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창문으로 그 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일까? 기름을 부은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그 불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했다. 순간 머리 옆을 휙 하고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퍽!'
 소리가 나는 방향은 창문 반대방향이었다. 창문에서 날아들어온 총알이 벽에 박혀있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보았다.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총알에 금이 잔뜩 가있는 벽을 가리켰다.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실수로 창문을 조준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방 안은 소화분말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방을 대충 청소하고 쓸어담았다. 한 남학생이 내 방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 학생에게 말했다.
"너는 편의점에 가서 물티슈를 좀 사오는 게 어떻겠니."
"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하죠?"
 나는 벽에 박혀있는 총알을 뽑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총알은 뽑히지 않았다. 갑자기 엉덩이가 쓰라렸다. 그 남학생이 발차기로 내 엉덩이를 후려치고서 도망가고 있었다.
"미쳤니!"
 나는 나 혼자서 편의점에서 물티슈를 사왔다. 물티슈를 백개 모으자 물티슈가 진화하여 요술램프가 되었다.
"소원을 하나 들어드리지요."
"나에게 음양오행설을 설명해줘."
"소원 접수되었습니다. 음양오행설은 이 세상을 다섯가지 요소의 음양으로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그것은 각각 나무, 물, 흙, 불, 공기가 됩니다. 이들이 각각 조합되기도 하고 서로 상극을 이루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불은 물에 약합니다. 하지만 나무에는 강하지요."
"그렇군요. 하지만 역시 상성보다는 피지컬이 우선인 것 같아요."
 불 속성의 닌자가 나무 속성의 집을 불태우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흙 속성인 나는 닌자에게 딱히 강한 편은 아니지만 신속하게 접근하여 선빵을 날림으로서 그를 무력화하였다.
 "이 닌자녀석. 싸움은 피지컬이야."
 "죄송합니다."
 닌자녀석은 칼을 뽑아서 할복을 하려고 했다.
 "어딜 이 녀석이 죽으려고 그래. 너 죽고싶어?"
 나는 닌자의 칼을 뺏었다.
 "그래...... 닌자면 닌세는 잘 내고있지?"
 "......네?"
 "닌세는 잘 내고있냐고? 두번묻게 하지마. 진짜 죽여버릴거니까."
 "아... 네 닌세는...... 내고 있습니다. 잘 내고 있습니다. 하하."
 "그래...... 너가 내는 그 닌세로 물티슈의 사용을 줄이자는 환경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나?"
 "네. 그렇겠죠."
 "그런 쓰레기같은 캠페인에 너의 닌세가 들어가고 있다고. 너는 적폐다."
 "네 죄송합니다."
 "그러면 가봐."
 "네."
 닌자는 그렇게 헐레벌떡 돌아가서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갔습니다.
 "그 자식을 죽이지 못했다고? 나는 실망이 크다."
 "용서해주십시오."
 "너의 그 용서... 받아들이지. 그러나......"
 "아니 저기 하늘에 날파리가 크게!?"
 모두가 그 닌자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닌자는 도망갔다.
 도망가던 닌자는 한 식당에 들어왔다. 식당에 있는 한 여자손님이 메뉴판을 신경질적으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맞는 말이야. 그런 면에서 나는 해물누룽지탕을 철저하게 수학적으로만 분석해 보려고 해. 여기 중화루에서 봐봐..."
 닌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두 남녀손님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런데요.... 여기 중국식당 아닌데 해물누룽지탕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남자손님이 닌자를 째려보았다.
"네? 무슨 말이..... 어라? 메뉴가 왜이렇지?"
"그것은 여러분들이 제 닌술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닌!"
그렇게 말하자 식당이 어두워졌다.
"닌닌!"
어둠속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닌닌닌!"
식당이 밝아졌다. 이미 수백개의 식기가 공중 위에서 제멋대로 날아가고 있었다. 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식기에 한번이라도 급소를 가격당한다면 그 날로 죽은 목숨이 되겠지.
닌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중화루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닌자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해물누룽지탕을 담는 접시는..... 타원형이야......"
남자손님이 유유히 아수라장이 된 중화루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의미없는 논쟁이야. 다른 식당에 가자."
여자 손님도 마찬가지였다.
닌자는 깜짝놀라서 둘에게 물어보았다.
"이봐... 어떻게 그 혼잡함 속에서 살아남은거지?"
"안알려주지."
닌자는 기분이 상했다.
"안말해준다고 해도. 알겠어. 너희들은 논쟁을 계속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접시들을 전부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아니야."
여자손님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야아"
여자손님이 너무 과하게 섹시해서 부담스러운 목소리로 방금 전의 말을 반복했다.
"생각해봐. 식당이 이미 맛이 갔을때 나는 방금까지의 논쟁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 그리고 나는 이 논쟁을 마무리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어. 하지만 나 혼자서 독단적으로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논리가 설사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논쟁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선언 정도는 필요한 것이지."
남자손님이 모기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미 식당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을 때 부터 논쟁이 의미가 없었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나 터무니없는 가설을 세울수 있는거지? 닌자. 너는 바보야?"
"나는 바보가 아니야!"
닌자는 닌술을 해서 그 두 사람을 땅바닥에다가 묻어버렸다. 하지만 땅이 울리더니 두 사람은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서는 타원 모양의 해물누룽지탕 접시를 타고서 권층운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권층운 위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김민 군은 그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크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역시 이 센티멘탈한 감정... 아...."

한편 나는 닌자를 잡고서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에어컨을 틀었다. 에어컨이 방 안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었다. 나는 냉동실에서 얼음을 가져와 빈 유리잔에 담았고 거기에 물을 담았다. 또 다른 여자가 내 방 문을 열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오려는 그녀를 향해 물을 뿌렸다. 그녀는 놀란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식으로 손님을 한대하면 안되지..."
"물티슈가 아니면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물티슈야."
"관심 없다니....... 뭐라고?"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물티슈야......"
정적이 흘렀다. 잠깐동안의 정적이. 10분간의 정적이. 1시간동안의 정적이. 5시간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10시간 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우리는 피자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그런데 물티슈는 피자를 먹으면 잠이 잘 오는 체질이였다. 그녀가 잠든 사이에 나는 그녀가 물티슈라는 사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녀는 궁극의 물티슈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가 바라던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보게 되니까 엄청 기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아직 현실파악이 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지.
다음날 아침에 그녀가 일어났고 나는 그녀를 데리고 내가 아는 친구들에게 보여주러 다녔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놀랐다.
"정말 물티슈라고?"
"거짓말 하지마."
"어떻게 물티슈가 있을 수 있어?"
그렇다. 이곳은 물티슈가 없는 세계관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물티슈 같은 것은 없었다. 길바닥에 풀벌레 같은 것은 있었을지도 몰라도. 마법진에서 접시들이 소환되고 있었다.
"어이. 물 한잔 마시고 싶지 않아? 그런데 물컵은 없어. 바보들아."
마법진에서 그런 말이 들리고 있었다. 아아. 아무래도 좋다. 물티슈만 있으면 되니까.
그러자 한 친구가 말했다.
"물티슈를 짜내면 물이 나오니까 그것을 마시면 되요."
나는 물티슈를 이끌고 버려진 황무지로 갔다.
 "저를.... 짤건가요?"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 이 황무지는... 이세카이로 가는 비밀 통로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지."
 "아하......"
 "아무런 근심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서 평생 살자......"

 "싫은데?"
 물티슈는 도망갔다.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멀리멀리 도망가버렸다.
 물티슈는 한 남자를 만났다.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세요."
 "사람이 되려면 동굴 안에 들어가 30일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지내야 한다."
 물티슈는 그렇게 하였으나 사람이 되는 일은 없었다. 물티슈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보려고 했지만 마늘냄새가 난다, 쑥 냄새가 난다 라는 말을 들으며 사람들로부터 기피당할 뿐이었다.
 "젠장......"
 물티슈는 길가에 있는 투썸플레이스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울고있었다.
 투썸플레이스 알바가 물티슈에게 다가왔다.
 "손님... 주문하셔야 되는데요."
 "아 넵. 카라멜 마키야또 두잔 주세요."
 물티슈가 고개를 들어보니 한 남자가 주문을 하고 있었다. 꽤 잘생긴 남자였다. 그 남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물티슈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그 남자가  말을 걸었다.
 "왜요. 무슨 일 있는거에요?"
 물티슈가 우물우물거렸다.
 "뭐라구요?"
 "당신도 계산 안하고 도망가버리는 건 아니죠?"
 "그럴건데?"
 "뭐?!"
 "그렇게 큰 소리로 놀랄 건 없잖아! 농담이에요. 농담."
 "그딴 농담 하지마요... 진짜....."
 나는 카페 바깥에서 유리창 너머로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 두사람의 행복을 기원해주고서 다시 우리집 쪽으로 향하였다.
상가 근처에 기차역이 있었다. 한 여자가 급한지 길을 뛰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로우모션으로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나는 생각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죄가 아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네이버로 들어갔다.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보았다. 1위는 Point Out이었다. 2위부터 10위까지도 모두 Point Out이었다.



*중화루 식당 부분은 (다음)의 오마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