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네드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는 똑똑히 네드의 말을 들었으나 굳이 위를 쳐다 보지는 않았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고철 다리가 그녀를 내려치려고 끼긱대며


떨어지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상상되었다. 반복 경험의 힘인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조금 더 유리한 선택을 했다. 팔로 머리를 감싼 뒤, 있는 힘껏 앞으로 몸을


날려 한 바퀴를 굴렀다. 다리는 바로 그녀의 등뒤로 내려꽂혀 시계탑 옥상을 이루는 벽돌의 파편만이 그녀에게 부딪쳤다. 이제 다시 공격하려면 다리를


들어 올려야 할 테고, 그 동안 그녀는 조금 더 비행선을 향해 뛸 수 있다. 현재 그녀에게 할애된 다리가 8개 전부가 아닌 오직 하나이기에 생기는 빈틈이다.


다리가 다시 움직이는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다른 다리들을 확인했다. 하나는 저 앞에서 달리는 네드에게, 4개는 이 탑을 움켜쥐어 고철 문어를


 불안하게나마 지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두 다리는 비행선을 격추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휘저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러다이트 시 의 하늘은 아름다움과는 멀었으나, 그래도 최소한의 명도는 갖추던 밝은 회색으로 뿌옇던 하늘은 잿가루가 섞여 검고 무거웠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첨탑들은 처참하게 무너져 다시 가장 낮은 곳으로, 흙으로 돌아갔다. 주택들의 벗겨진 외벽은 공공에 안방, 화장실 등의 공간을


어쩔 수 없이 내보이고 있었다. 길가에는 부서지고 망가진 황동색의 이제는 고철이 되버린 기계들이 널부러져 기쁨을 줄 뻔 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시체들은 지금이 좋아할 때가 아니란 점을 지적했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특히 그녀의 머리위로 어느새 떨어지는 고철 다리는 그 주장을 강하게 지지했다.


이미 피하긴 늦어버렸을 때, 모든게 느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만큼은 예외였으며, 거의 언제나 실용에 목을 메는 그녀도 누구나 한번쯤


 찾아오는 이 순간에는 작은 사치를 원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나?' 가 아닌, '어쩌다 이 모든게 여기까지 왔나?' 라는,


당장은 중요치 않은 쓸데 없는 회상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