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뭐야... 이건...!?' 


보름달 하늘을 덮는 검은 형체무리. 그 무리를 빛의 화살로 쓸어버리는 하얀 소녀, 날카로운 장검을 장비한 금발의 소녀.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다가 기억이 지워진 나... 


그 일련의 사건을 눈 앞에서 보고 있어도 나는 두루뭉실한 감각만 떠오를 뿐, 어제의 일이 떠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그게 정말 마법이라면, 굉장히 강한 정신 마법이었겠지. 판타지 소설도 챙겨본 나는 추측할 수 있다.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억지로 분석하면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그렇게 결론내리면서------ 나는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와 감았던 눈을 떴다.




"...다녀왔어요." 

"잘 왔어. 내용은?" 


선배는 아까 표정 그대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라면 내 얼토당토 않을 이 이야기를 간단하게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약간 길어진 점심시간의 끝을 그 이야기들로 매웠다. 




------비교할 수 없는 충격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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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강제 야자같은 것도 없고, 나는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는 귀가부다. 나도 바쁘니까. 


평소같은 하루. 집에 가서 간단하게 트레이닝을 하는게 내 일과다. 하지만 오늘은 그 시간을 귀가 시간에 할당하기로 했다. 


많이 많이 돌아가는 귀가길을 일부러 선택했다. 전철 1정거장 거리의 집을 일단 놔두고, 세 정거장 이상 멀리 떨어진 그 강가를 들렸다 간다는 이상한 귀가 루트. 




일찍 끝나는 날인데도 강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위가 어둑어둑해져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서 더 걷다보니, 어느샌가 그 장소까지 다 왔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여기는 워낙 정비가 없던 곳이라서 주위에 파이거나 부셔진 돌은 많다. 그래서 한번 수복된 이 장소의 위화감은 바로 옆 길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 내 바로 앞까지 굴러온 그 큰 돌덩이를 찾으려고 했는데... 그게 어디서 파내어진 걸까?




"없네?"


뭐지, 그때 큰 덩어리 하나 강에 빠지지 않았나. 내 기억속에는 분명 그런 장면이 있는데...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걸으면서 아래를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도로의 모서리들을 내 기억속과 일일이 대조해 보았다. 혹시나, 설마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진짜냐..."


내가 걸음을 멈춘 곳은, 아무 장소도 아니었다. 그냥 길 한복판이었다. 하지만 내 짐작인데, 내가 서 있는 이 발 아래가... 아마도 날 깔아뭉개려 했던 그 바위였을 것이다. 마모된 모서리 부분이 완전히 일치했으니까, 틀림 없다. 


그렇다면... 역시나 마법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는 거잖아... 


"농담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진짜냐..."




"------어라, 선객이 있었군요. 실례하겠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고 목소리가 들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샌가 한 남자가 거기 서 있었다. 복장은... 저게 뭐야?


"...안녕하세요. 긴팔에 망토라니 참 더워보이네요."


거기에 덤으로, 반은 노랑 반은 파랑으로 염색한 단발에 코걸이 안경, 챙 넓은 검은 모자 등등까지. 태클 걸 곳이 참 많은 사내다. 


"제가 워낙 햇빛을 싫어해서 말이죠. 따갑따갑하지 않습니까?"

"저는 비타민 D 합성이 필요한 평범한 사람이라서요. 무슨 일이시죠."

"아아, 별거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서 있는 그 아래에 볼 일이 있어서 말인데요. 좀 비켜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한 복장과 달리, 남자는 친절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래서 나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최대한 친절하게 대응했다. 


"아 예, 당연히 괜찮죠. 수고하세요."

"말이 통하시는 분이라 다행이군요. 하하, 하마타면 마력의 흔적을 찾는 사람으로 오해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하하. 저는 그냥 사건의 흔적을 찾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요. 어제 일이 너무 궁금했거든요."

"하하하..."

"하하하..."


하하 마력의 흔적이라니. 확실히 이 남자를 만나고 이 아래를 다시보니, 근처에서나 저 남자에서나 '무언가'가 느껴지긴 하네. 하지만 저는 그런 오컬트에 손을 댄 적이 없는 일반인입니다!




"헤에 어제의 일이라고요? 흐음. 그 여자가 일반인에게 기억조작을 걸지 않을리가 없는데..."


사내는 손가락을 뺨에 대고 고개를 갸웃했다. 연희 선배라면 모를까 당신 같은 남자는 그런 짓을 해도 안귀여운------


'------윽!?'


그 다음 순간, 남자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벗어났다. 눈동자만 돌려 간신히 잡은 형체는, 낮은 자세로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의 살따위는 간단하게 갈라버릴만한 손톱의, 


검고 울퉁불퉁한 손으로, 


내 몸을 올려베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