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1년, 한 고을의 안채.

 

춘향 : 하, 힘들어...

 

어머니 : 춘향아! 어서 책을 읽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

 

춘향 : 이젠 다 지겨워, 이 지루한 한문책을 언제 다 읽어야 한단 말이야?

 

어머니 : 뭐?!! 요즘 시대에 계집애한테 책 읽히는 거 봤어?! 너 엄마가 나중에 시집가서 뭣도 모른다고 구박당하고, 멸시당하면 이 어미 마음이 찢어지니, 안 찢어지니?!! 그리고 춘향이 너! 너 왜 엄마한테 반말이야! 삼강오륜에 그렇게 나와있었어?!! 다 그 한글소설 때문이지?

 

춘향: 아니...한글소설이 뭐 어때서!  나 그럼 차라리 돌쇠할래! 돌쇠는 글 안 읽어도 돼잖아!

 

어머니 : 이년이 증말! 어이구...

 

그 말을 하고 춘향의 어머니는 굽혔던 허리를 폈다.

 

춘향은 외동딸이었기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날이 갈수록 총명한 소녀로 커갔다.

 

그러나 16세가 되던 해, 아버지를 따라 저잣거리에 다녀온 이후, 어린 소녀 춘향의 마음속은 유교 경전이 아닌 줄곧

 

그것은 유행하던 한글소설 '낭군님의 사랑' 이었다.

 

당시 최고의 한글소설 작가였던 이문백 작가의 그 소설을 보자마자 춘향은 마음을 빼앗겼다.

 

아버지를 졸라 그 책을 산 후 읽고 또 읽었다.

 

이문백과 같이 글쓰기 연습도 해 보았다.

 

성춘향은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한글소설은 상대적으로 천대받던 시기라

 

상놈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양반집 규수인 춘향이가 미천한 한글 소설을 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돼는 일이었다.

 

결국 엄마와 말싸움을 한 그날 저녁, 춘향은 몰래 안채를 빠져나와 우물가로 갔다.

 

우물가에 비친 달을 바라보는 춘향의 마음은 깊어만 갔고,

 

한참 마음을 삭인 뒤에야 집으로 가던 춘향은 

 

가는 길에 패거리들을 만나게 된다.

 

춘향 : 이게 무슨 짓이오?! 이거 놓으시오!

 

왈패들 : 이거 얼굴 좀 반반하게 생겼는데. 양반집 규수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일까~?

양반집 규수라, 귀한 몸이셔서 살려는 드릴게. 근데 이 형님들하고 어디 좀 가봐야겠다. 응??

 

춘향 : '젠장...어떡하지?'

 

그때.

 

몽룡 : 지금 뭣들 하는 것이오!

 

왈패들 : 니놈은 뭔데 시비냐? 죽고시펑?

 

몽룡 : 아녀자한테 이 무슨 짓거리를 하는 것이오! 어서 놓으시오!

 

왈패들 : 거참 양반님이 힘도 못 쓰시게 생겼구만~ 함 붙어봐?

 

몽룡 :안 되겠소, 튑시다!

 

춘향 : 에?!

 

그 말을 남기고 수수께끼의 사나이는 튀기 시작했다.

 

정신나간 왈패들은 그한테 어그로가 끌려 미친 듯이 뛰었고,

 

10초쯤 후에 왈패들이 절벽 아래로 우루루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가던 춘향은 정신없이 뛰었던 아까 그 청년을 보았다.

 

절벽 쪽에 서 있는 그 청년의 얼굴은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고,

 

그의 자태를 본 춘향은 순간 헉, 소리를 내었다.

 

몽룡 : 아이구, 죽겠네...아! 낭자, 어디 다치진 않았소?

 

춘향 : 아...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선...응?

 

몽룡 : 무슨 일입니까?

 

춘향 : 아, 아닙니다. 그저 옆쪽에 있는 주머니에 붓과 먹이 들어 있어, 혹시 소설을 쓰시는 분이 아닐지...

 

몽룡 : 하하, 정확하십니다. 그저 소설이 좋아 오십 리를 걸어왔는데, 어떻게 된게 소설 쓰는 재주가 없어서, 하하.

 

춘향 : 아, 그러합니까...

 

몽룡 : 그럼 낭자께선 소설에 흥미가 있는 것이오?

 

춘향 : 아, 예. 조금...

 

몽룡 : 어떤 것? '내 낭군님의 아찔한 옷자락'? '기인에게 반하여'? 아니면...

 

춘향 : 그런 것은.....아무래도 군자가 읽어서는 안 될 것이잖...///

 

몽룡 : 아무튼...험험/// 그런 것은 그렇다 치고, 이런 곱상한 규수께서 어쩐 일로 이런 곳에 나와계시는 것입니까?

 

춘향 : 홀로 삭이고 있었습니다.

 

몽룡 : 예?

 

춘향 : 한글소설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아는 설움을,  그렇게 삭이고 있었습니다.

 

몽룡 : 그것 참 안됐구려.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구려, 내 이름은 꿈 몽 자에 용 용, 이몽룡이라고 하오.

 

춘향 : 저는 봄 춘 자에 향기 향 자를 더하여 선춘향이라고 하옵니다.

 

몽룡 : 이름의 뜻이 예쁘구려, 봄의 향기라...

 

춘향 : 아무튼 오늘 밤이 깊었으니, 저를 살려 준 것에 대해 감사하옵니다.

 

몽룡 : 그럼 다음부터 우리 여기서 만나지 않겠소?

 

춘향 : 예?

 

몽룡 : 같이 만나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소설이나 함 지어 보는 거, 어떻겠습니까?

 

춘향은 생각 깊은 여자였다.

 

자신이 한낱 소설 하나만 믿고 서울로 홀랑 올라온 나그네와 밀회를 가지고 있다함은

 

집안에도 멸사이고 자신이 화를 면할 수 없을 게 뻔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춘향은 그런 이성을 넘어서는 무언가 감각에 이끌려 덜컥 찬성을 하고 말았다.

 

춘향 : 좋아요! 그리 합시다.

 

몽룡 : 정말이오?

 

춘향 : 그럼 매일 저녁, 이 절벽에서 가까운 우물가로 나오십시오.

 

몽룡 : 알겠소! 그때를 기다립시다.

 

춘향 : 안녕히 잘 돌아가십시오!

 

몽룡은 떠나면서 손을 흔들었다.

 

둘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빠르게 친해졌다.

 

춘향도 살며시 손을 흔들었다.

 

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성사되었다.

 

(제작자)

소설 처음 써봐서 힘드네요;;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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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위키러분들 모두 황금돼지해를 맞아 만수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