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강시철이다. 나에게는 특이한 취미가 있는데 그것은 두 눈을 붕대로 가리는것이다. 뭔가 멋져보여서 꾸준히 하고있다.

 

옷을 벗은후 적당히 서랍에서 청바지를 꺼내입는다. 옷을 벗고 청바지를 입었으니 이는 곧 상의는 입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것도 뭔가 멋져보이려고 하는일이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밖에 나간 나는 신호등 따위는 쿨하게 무시하고 바깥의 추위에 벌벌 떨며 편의점에 들어갔다. 벌벌 떨긴 했지만 멋져보였겠지? 나는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남자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고 주머니에 있는 지폐 3장을 두고간다. 나머지는 팁이라고 말하며. 앞이 안보이니 누군가에게 뭘 받기가 꺼려진다. 생각해봐라 앞이 안보여서 손을 뻗은채 남이 거스름돈을 올려주길 기다리는 모습을... 멋이 없지 않은가.

 

길을 걸어가며 삼각김밥 포장지를 뜯는다. 그러나 뜯어야할 부분이 보이지 않기에 거칠게 뜯게 되었고 김이 찢어져서 밥알이 흘러나오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는 걸어가며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때로는 이런 모습도 보여줘야 멋있는 법이다.

 

그나저나 너무 춥다. 한겨울에 상의를 벗고다녀서 그런지 몸에 오한이 돌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야할까? 하지만 고작 질병 따위에 병원으로 가는건 멋이 살지 않는다. 타박상을 입어서야 비로소 병원에 갈수 있는것이다.

 

나는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불량배들이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참을 찾아봐도 불량배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타박상을 입어 병원에 가려던 나의 노력은 오히려 몸을 더 춥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누가 저좀 도와주세요!"

 

"조용히해! 맞고싶지 않으면 돈을 내놔!"

 

아무래도 여자가 불량배에게 잘못 걸린듯 했다. 이러면 당연히 가서 맞아줘야지! 감기때문에 죽을것 같았는데 잘됐다. 일단 말을 걸었다.

 

"어이! 지금 뭐하는거야? 그런짓을 하면 안되지!"

 

"뭐야 저 장애인은. 상의탈의 하고다니는 변탠가? 관절 하나 부러지기 싫으면 저리 꺼져!"

 

좋아 시비를 잘 걸었다. 이제 공격을 해서 도발하면 병원에 갈수있다. 일단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너무 거리가 멀었나보다 내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이사람이 돌았나? 야! 가서 패!"

 

아마 1명이 아니었던듯 하다. 놈은 나를 넘어트렸고 다른 2명은 계속해서 나를 밟았다. 이런... 간지가 살지 않았다. 그래도 병원에 가려면 어쩔수 없다. 나는 밟히면서 이제 병원에 갈수 있구나 하는 생각해 행복해졌다.

 

순간 경찰차 소리가 들리고 경찰이 들이닥쳤다.

 

"꼼짝마! 당신들을 무슨무슨 죄로 체포합니다!"

 

"큭... 우리가 무슨무슨 죄를 저질렀다니! 우리 인생은 망했어!"

 

그렇게 불량배들은 체포되었고 위기에 처했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감사해요... 덕분에 큰 일을 당하지 않았어요"

 

"그런가요? 뭐... 상관없죠.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뒤에서 여자가 나를 불렀으나 나는 저 멀리 뛰어갔다. 감기 증세가 너무 심했다. 나는 한참을 수소문한 끝에 병원에 도착했고 외상 치료를 받으며 감기도 치료했다.

 

감기가 치료되었다니 잘된일이다. 오늘도 간지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