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큰 소망이었을까 . 이게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일까 ...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 과연 이게 옳은 길일까 ...? 내가 너무 흥분한 걸까 ...? 저 멀리서 나를 부르던 코하루의 모습이 눈에 비춰졌다 . 나의 무릎이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 . 코하루의 모습은 어렴풋이 흐려지더니 여러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 버려 아래로 떠러졌다 .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꽤 달콤한 맛이었다 . 눈물이 달콤하면 행복하다는 뜻이다 .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 난 지금 외로운 어린 양이고 , 또 외로움을 못이겨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데 . 아니 , 내 진심은 이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 언젠가 음악실에서 들은 선율이 내 귀에서 맴돌았다 . 손에 쥐고 있던 꼬깃꼬깃한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 그리고 음악에 몸을 맡기었다 . 나는 천천히 , 앞으로 나아갔다 . 저 멀리 있는 초승달은 여전히 나를 향해 슬픈 미소를 지어주었다 . " 이제서야 ... 편안해질 수 있으려나요 ... " 달을 잡으려 뛰었다 . 그리고 , 천천히 ... 아주 천천히 ... 떨어졌다 . 왜 내가 이렇게 비참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아프고 싶진 않았는데 , 고통받고 싶지 않았는데 ...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 툭 .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 신음소리를 내면 더 힘들 것 같았다 . 무엇이라도 하면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 노랫소리가 나의 고통을 덜어 주었다 .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종이를 꺼냈다 . 종이에 남아 있는 단 한 움큼의 기쁨이 날 감싸 주었다 . 마지막엔 웃을 수 있었다 . 

 

  유메는 죽었다 . 아파트 주변에서 미소짓는 유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 나나쿠라 코하루 , 무슨 짓을 한 거야 ? 네가 전학만 가지 않았어도 ... 유메를 떠나지만 않았어도 ... 며칠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 . 그냥 , 학교에만 가면 유메가 생각나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 며칠 동안 유메의 사진을 보고 , 유메를 생각하고 , 유메와 같이 놀았던 대학로도 가 보고 ... 유메는 , 유메는 , 유메 , 유메 ,니지노 유메 ... " 코하루 ...? 유메의 , 유메의 유언장이 ... 너한테 쓴 유언장이 발견되었어 ... 읽어 보렴 . " 평소대로라면 바로 일어났을 터였다 . 하지만 오늘은 이불을 덮어쓰고 움직이지 않았다 . 그저 엄마가 가시면 좋을 텐데 ... " ... 읽어 보렴 ... " 작은 쪽지에 한 발짝 , 한 발짝 ... 다가갔다 . 유메의 쪽지를 잡으려 하는  나의 팔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 유메의 쪽지에는 작지만 또박또박 쓴 유메의 글씨체가 가득 차 있었다 .

 

To . 코하루

 

코하루 짱 ... 코하루 짱 ... 보고 싶다 ... 나 ... 나 ... 너무 힘든데 ... 나 ... 죽고싶어 ... 내가 죽으면 슬퍼해 줄 사람이 있을까 ? 내가 없어도 나 잊지 않을 거지? 그러면 내가 죽어서도 행복할 텐데 . 코하루 짱 , 너에게 줄 유품이 있어 . 내 리본 ... 네 가방에 달아 줘 . 영원히 ... 영원히 너와 함께이고 싶으니까 ... 이만 , 안녕 .

From . 유메

 

  며칠 후 , 난 유메의 리본을 받았다 . 리본에는 아직 유메만의 달콤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 어떻게 된 일인지 리본에는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았다 . 난 유메의 소망대로 리본을 내 가방에 달았다 . 리본을 볼 때마다 유메의 미소가 떠올랐다 . 유메의 목소리가 들렸다 . 유메의 손길이 느껴졌다 . 유메는 , 항상 나의 곁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