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사람들끼리의 소통 문제를 해결한 다음 날, 일본인 신지와 섬 한바퀴를 산책했다. 그러나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때가 온 것 같다.

 

다들 우선 거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눈치다. 일단 말이 완전히 통하는 건 아니어서 일단은 그림으로 소통이 제일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ㄷ자와 >자를 붙여 집 모양을 만드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 거리고 각자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자는 지붕으로 삼을 큰 잎을 찾으러, 남자는 적당히 가늘고 튼튼한 나무를 찾으러 갔다. 혼자 갔다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조별로 갔다. 독일인 폰과 그리스인 오르페에게 도끼가 있어서 남자는 2조로 나눴다. 나는 집을 구상하고 설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낮. 다들 배고플 시간이다. 승무원이었던 설리번은 반파된 비행기에서 미처 먹지 못했던 기내식을 찾아와서 12명에게 줬다. 기내식이라 그런지 맛은 그닥이었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적당했다.

 

이 섬에는 나무도 많고 따라서 열매도 있다. 또한 사람들이 가져온 물품들도 있기 때문에 고기를 먹기는 힘들겠지만 끼니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했다.

 

이제 집을 지을 재료를 찾으러가야 할 시간이다. 나는 모래 위에 그림으로 설계를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은 재료를 찾으러 숲으로 갔다.

 

몇 시간 뒤, 여자들은 나뭇잎을 한 아름씩 들고 왔다. 남자들도 집을 두 채는 지을 만한 나무를 베어 왔다.

 

단단해 보이는 흙에 주춧돌을 박을 홈을 파고, 주춧돌을 끼워 넣고, 주춧돌 위에 기둥나무를 끼우고, 천장에 바둑판 형태로 나무를 놓고, 그 위에 나뭇잎을 올리니 꽤 아늑한 집이 완성 됐다. 러시아인 체르와 캐나다인 제임스가 가지고 있던 비닐로 바람막이를 하니 완벽했다.

 

그러다 저녁이 되었다. 아직 먹을 걸 구하지는 못해서 또 기내식을 먹게됐다. 아까 점심은 정신없이 먹기만 했는데 저녁 식사 때는 말을 아무도 안 해서 뭔가 어색했다. 언제 쯤 말이 통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