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빨리 말씀하시면 잘 못 알아들어요.”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말한다. 분명 저렇게 살짝 고개를 살짝 꺾으면서 웃는 저 모습. 저렇게 말하면 욕을 해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마음에 안든다.

“여자 앞이라 긴장해서 그럴거에요. 나한텐 분명 안저랬어.”

“조용해.”

나한테 괜히 시비를 거는 후임. 너무 편히 대해줬다. 교육이 잘못됐어. 이제부터라도 엄하게 해야겠다.

“그래도 선배다. 너무 만만하게 대하잖.....”

“푸흣.”

“아, 과장님!”

“지금 와서 그 컨셉은 늦었어. 그냥 편하게 대해줘~”

“아, 너무 편하잖아요!”

아, 짜증이 난다. 뭐, 내 평소 행동에 대한 결과지만,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지나치게 편하고 만만한 사람이라는 것의 문제지만, 짜증이 나는 것은 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웃음이 조금 잦아들자 타이밍 좋게 나에게 질문을 하는 이 신입사원. 아무리 봐도 요령이 너무 좋다. 그리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아까 말한 대로 저쪽 상황에 맞춰줄 필요 없어. 우리 쪽 상황 얘기 해주고 일자 바꾸는건 어렵다고 말하면 될 꺼야”

“감사합니다.”

“이 계약은 계약대로 못하면 손해도 저쪽이고, 배상도 저쪽이 해야 되니까 우리로써는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거야. 별 문제도 아니고, 긴장할 필요도 없어 그냥 하면 되 이제 알아서 해봐. 혹시 그렇게 말해도 계속 부탁을 하면 나한테 돌려.”

“네.”

들어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사원이지만, 일 처리 하는 방식이나 물어보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것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다.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저 능숙함. 일을 한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면 당황하는 나에 비하여 태연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상혁이나 나에게 와서 컨펌을 받는 모습.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혁이를 볼 때만 하더라도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는데, 이번 신입사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어가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다들 오늘 저녁 시간 되나?”

“무슨 일이신가요? 과장님”

“무슨 일이긴, 우리 신입 수빈씨 들어왔을 때도 정신 없었던 시기라 회식도 못했잖아. 그리고 이번에 나한테 좋은 일도 있고 해서 한턱 내려고 그러지~”

“좋은 일이요?”

“그건 회식 자리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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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느낌으로 얘기는 끝이 났다. 오늘 오후에 다른 회사와 미팅이 있어서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말을 했지만 수빈씨가 타 회사사람들 얼굴도 익히고 일도 좀 배울 겸 해서 같이 갔다가 늦으면 회식 장소로 바로 오라는 과장님의 정리에 끝이 났다. 그래, 우리 팀 분위기에 회식은 문제가 되지 않겠다만, 다만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 이 어색함.

“지난번에 상혁이랑 같이 영업 나가보긴 했었지?”

“네, 그 때는 정말 구체적 내용은 아무것도 없이 인사만 하고 저쪽에서 하는 프레젠테이션 보고, 자료 받기만 했었어요.”

“뭐, 오늘도 크게 다른 건 없을 거야. 기본적으로 우리 팀이 새롭게 영업을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깐.”

“어....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은 건가요?”

“아니, 반대로 우리가 너무 많은 건을 관리하고 있는 거야. 새롭게 다른 건을 만들어 물 수 있는 상황이 아냐. 들어 온지 3주 됐는데 내가 회사 밖으로 안나간 날 본 적 있어?”

“없습니다.”

“그거야. 매일매일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지금 하고 있는 것들만 관리를 해도 벅차. 그래서 너가 들어온거고, 아마 여기 있으면 새롭게 영업하는 건 배우기 힘들지 몰라도 유지하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되는 것 등은 잘 볼 수 있을 거야.”

“네.”

그리고 찾아오는 침묵. 선배로서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오히려 말을 거는 것이 더 나도 그녀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먹어”

입가심용 사탕 한 알. 그저 그 사탕으로 목적지까지 버틸 수 있길 바랬다. 그리고 십 분 후.

“저... 최 대리님?”

“왜”

“그.. 하나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좀 개인적인 질문이라서요.”

평소답지 않게, 아니, 3주간 봤다고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말했기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어봐.”

내가 생각해도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퉁명스럽게 뱉어버렸다. 그 말에 조금 움츠러드는 듯 하면서도 그녀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여...자친구는 있으신가요?”

“......,”

간단한 질문. 당혹스런 질문. 상정 외의 질문. 그리고 대답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질문. 이 질문에 당황하여 내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니, 그... 대답해주지 않으셔도.”

“없어”

대답을 안해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빠져 있는 것보단 그냥 빠르게 대답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게 정답일 듯하여 우선 대답을 했으나, 당연히 이후 상황은 더욱 어색해졌다. 애꿎은 사탕을 담은 통에만 자꾸 손이 가게 된다. 그렇게 우린 거래처에 도착했다.

“어서 오시죠. 최영필 대리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영석 과장님.”

“아, 옆에 계신 분은 새로 들어오신 분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들어온 김수빈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희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인사말로 업무가 시작됐다.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간 중간에 수빈씨는 적당한 선에서 들어와서 나를 지지해 주었다. 오기 전에 준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출발 전 30분 전에 부랴부랴 챙겨서 준 자료인데, 박상혁보다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수월한 영업이 계속 되는 사이에 나의 이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수빈씨에 대한 감정이 확실히 이해가 됐다.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지만, 이건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열등감. 나보다 한참을 늦은 후배의 압도적인 능력에 대한 열등감. 업무 처리에서 뿐만이 아니라 동료와 선배를 대할 때의 유려한 태도 등은 성실하고 사람 좋지만 일을 빠르게 처리하진 못한다는 평을 듣는 나에겐 큰 열등감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영업은 마무리 됐다.

 

 

 

원래 아주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지네요.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다른 글을 쓸 때에도

'문장은 간단하고 읽기 쉽게'를 목표로 하고 쓰다보니

문장의 화려한 맛이 지나치게 없어서 조금 허전한 느낌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나, 고쳐 쓸 부분들 보이시면 지적해주세요! 

많은 피드백으로 점점 나아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