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푸른색으로 칠한 듯한 하늘이다. 요 근래에 비가 오거나 흐린날은 거의 없이 맑은 날이 계속되었음에도 오늘따라 유독 날씨가 맑아 보였다. 평소보다 선연한 푸른색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깊고 볼수록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현실감이 없는 바닥이 느껴지지 않는 아득함이다. 


반면에 밑을 쳐다보았다. 고요해 보이는 하늘과는 다르게 바람은 사나웠고, 바닥과의 거리가 와닿는게 저 하늘과는 다른 섬뜩함이 느껴졌다. 검은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자동차는 지나다니고 있었고, 이미 점같이 작아진 사람들은 각자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멀미를 일으킬거 같아서 곧장 시선을 거두었다.


발 주변에는 다 타버린 담배 꽁초 두세개가 널부러져 있다. 이제와서 두렵다기 보단 그저 남은 담배가 아까운 탓에 꾸역꾸여 담배를 입에 문다. 하지만 매서운 바람을 계속 맞아서 그런건지 연신 담배를 태워서 그런건지 어느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아주 힘겹고 맛없게 마지막 연기를 내뱉으며, 남아있던 담배들을 담뱃갑에서 꺼내 아래에 떨구었다. 하지만 무게가 가벼운 탓인지 떨어 지려는 담배는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그러고는 멀리 아주 멀리 바람을 타고 사라져 버릴때까지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웃음이 나왔다. 그저 우스워서 웃기고 웃겨서 어지러운 것도 잊은채로 아주 큰소리로 웃어 제꼈다. 아주 폐가 당길 정도로 그리고 턱이 아파올 정도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또 웃음이 나와 침을 흘리고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미친듯이 웃었다.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이제 한발 짝만 뗀다면 곧장 저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아니지.


혹시 바람을 타고 또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내 모습을 발견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빌딩 앞에 모여든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히 유쾌해 하고 있으리라. 그런 확신이 들었다. 


여기서 만큼은 모두가 나를 이해하고 나도 그들을 이해한다.


수많은 변명과 자기 모순을 넘어서서 마지막에 와서야 솔직해질 수 있었다. 미리 써놓은 이야기의 결말과 조금 달라지는게 아쉬웠지만, 이 감정을 간직한 채로 끝을 맞이하고 싶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발을 내딛는다. 더 이상 바닥이 없었기에 나는 균형을 잃은채로 고꾸라졌다. 뒤이어 온 몸을 짓누르는 듯한 강한 압력이 느껴졌고, 오래가지 않아 강렬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아주 가까운데서 비명소리 같은게 들려오는거 같지만, 그리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신경 쓰이는건 온 몸이 부서지는 듯한 아픔과 뛰고 있는 심장소리였다.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눈에 힘을 주어 그것을 주시했다. 


그것은 피와 뒤섞인채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널부러진 붉은색에 삼켜지지 않는 그것은 여태까지 봐왔던 것들 중에서 가장 선명하고 아름다운 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자 손을 뻗었지만, 이미 의식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머리 속에서는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지까지 느끼지 못했던 청량감이 들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이제 나는 어디로든 갈 수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