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고있으면. 정말 tv를 보고있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특히 비가 유리창을 따라 흐르는 날에는.

아재는 평소에 자주 듣던 tv프로그램을 들으며

눈을 뻐끔거렸다. 한참을 뻐끔거리다가.

초인종 벨 소리가 들렸다.

아재는 분명 저번에 주문했던 런닝머신이 왔다고 생각했다.

역시 택배원은 온몸이 흠뻑 젖은채로 커다란 상자를 넘겼다.

"여기에 사인좀 해주세요" 김.아.재. 받는이 에게 적혀 있어야 할 그 이름은  먹는이 라고 되어있었다.  그는 사인패드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는 택배원을 흘깃 처다보았다.

'먹는이?  먹는이..'  하지만 그는 갈 길 바빠보이는 사람에게

이런 자질구레한 것을 물어보는 성격이 아니였다.

택배와 단둘이 남아 상자의 내용물을 한번 열어보았다.

역시 러닝머신. 이제 더이상 '먹는이'는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폭발적으로 몸무게가 늘었다.

여자친구가 뚱뚱하다고 놀려도 살을 뺄 노력을 하지 않던 그가

러닝머신을 사기로 한 이유는 그의 부장 때문이였다.

부장님과 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초겨울에 땀을 6년만에 흘렸다. 이번에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그는...

 

다음주에도 그는 부장과 함께 할 예정이다. '이제 되려나.. '러닝 머신 스위치를 더듬어 켜고선, 그는 5시간동안 러닝머신을 풀타임으로 소화 해 낸다. 땀은 온몸을 타고 흐르고 피는 거꾸로 고여만 갔다. '헉,헉,헉,헉....'  풀썩 하고 그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제서야 그에게는 마구 진동하는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

부들대며 겨우 휴대폰을 켠다. 그리곤 다시 쓰러졌다.

"김부장 님께서 보내신 음성 메세지 입니다.^어 자네 바쁜가?

다음주에 우리 설악산 등산가는거 알지? 잊지말고 그때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