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고마워, 미안해, 다시보자."

 

 

짧은 말, 하지만 깊은 감정. 내가 아무리 생각해내어봐도 이렇게 짧으면서도 긴 말을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짧으면서도 쓰지 않는 말도 없다. 지금은 너무나도 이런 말을 할 때가 많이 없다. 그렇지만 지나고 나서 이런 말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할 때는 많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그 때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제서야 생각난 그런 무수한 일들이 시간이 지난다면 사람들에게 후회로 남는다. 한다면 책임지면 되지만 그건 앞으로 받을 일이다. 하지 않았다면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후회는 길게 남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책임지기 싫어한다. 나도 뭐라 할 사람은 아니다. 돌을 던질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후회할 일을 후회한다는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때문일지라도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책임지는 것도 썩 하고싶은 일은 아니다.

 

 

 

오늘 전철을 타며 부딪힌 사람에게 미안합니다 라고 한번쯤 말하기. 떨어트린 펜 주워준 동료에게 아 주워줘서 고마워 라고 한번쯤 말하기. 일 끝나고 친구 불러 한 잔 마신 뒤 다시보자 라고 한번쯤 말하기.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후회할 일들이 너무 많을지도 모른다. 내 앞으로 마주칠 사람들과 일어날 많은 일들을 후회하는 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짧은 말 세마디가 자기 위해 누워있는 도중 문뜩 생각났다. 정말이지, 이 세마디는 별로 잃을게 없는데 말하는 일이 없는걸까. 세마디만 말한다면 내 정말이지 행복해질 수 있는 말일텐데.

 

 

 

 

 

오늘은 오늘의 해가 뜬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해가 뜨지 않는 때는 없지만 그날은 왜인지 우중충해서 해가 뜨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이상할게 없는 하늘은 먹구름만 잔뜩 껴있고 오늘 일은 제대로 돌아갈 것 같지가 않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라고 생각한 것은 버스에서 내리고 전철역으로 갈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것이었다. 비가 우수수 내린다면 체념하고 그냥 맞고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약간 맞기 싫을 정도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재수가 없군 이라 생각하는 도중 옆에서 우산 없으신가봐요 하는 사람이 나에게 자신의 우산을 기울였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맞는 듯 했다. 스쳐가는 인연은 다시 생각해보면 별것 없는 인연이지만 그때는 정말이지 필요한 인연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우산을 기울이며 같이 쓰자고 했고, 나는 이 비를 맞기는 싫었기에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쓰고 갔다. 마침 같은 전철역으로 가는 때라 우산을 쓰고 한 3분 걸었을까, 나는 지금까지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내려갔다.

 

 

열차가 왜인지 늦게 와서 약간 조급한 마음으로 신발을 고쳐신으며 플랫폼에 서있었을때, 우산을 같이 쓰고 간 그 사람이 옆에 있었다. 왜인지 늦게오는 전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조금 지났나 싶었을때, 전철이 들어왔다. 전철에 타고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의 정말이지 지루하고 오직 작은 화면만이 나의 친구였던 그러한 나날보다는 서있는게 훨씬 편하게 느껴졌거니와 금세 도착한 느낌이 들게 되었다. 전철이 지상으로 잠시 나왔다 지하로 들어갈때 하늘은 조금 개어있는 듯 먹구름만 진하게 껴서 우중충했던 아침과는 밝아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전철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여기서 내린다고 말하며 나는 잠시 멈칫했다. 죄송한데로 시작하는 말로 오늘 일 끝나고 시간 있는지를 몰어보며 나는 스스로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했다. 내 후회할 일 만들지 말자고 생각한게 바로 어제인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이 때는 내가 정말이지 한심했다. 하지만 나는 그 뒤의 대답을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정 반대였기에, 나는 그 말을 이제 와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상으로 나왔을때는 먹구름이 가시고 흰 구름이 하늘을 조금 많이 메우고 있는 그러한 하늘이었다.

 

 

 

항상 무엇인가 바빠서 내가 뭘 하는지도,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던 그러한 일이었지만 나는 오늘은 조금은 설레고, 무엇인가 기분 좋게 일을 했다. 내 오늘 일이 어떠하든, 내 상사가 뭐라하든, 오늘은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 처리할 일이 조금 많기는 했다만 오늘은 정말로 제 시간에 퇴근하고 싶었다. 나는 중간 중간에 다른 것을 하면서 여유를 부리던 그러한 일들도 관두고 오늘은 제 시간에 나가기 위해 빠르게 했다. 해질녘에 밖으로 나왔을때는 구름 몇점만이 남아있었다. 전화를 걸고 내가 내렸던 그 전철역에서 만나자고 하는 그 이야기와 동시에 나는 기분 좋게 그 전철역으로 갔다. 내가 늦게온건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말했지만 그 사람이 괜찮다며 웃으며 어디로 갈지 물어보길래 그냥 영화나 한 편 보러가자고 얘기했다. 영화관에서 무엇을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같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영화 내용은 나도 잘 모르겠다. 영화관에서 나와서 전철역으로 같이 갔다. 기차가 약간 지연되는 동안 가만히 서서 있기에는 좀 그랬기에 나는 같이 커피 한잔이라도 하자고 했다. 길었지만 짧은, 아니면 짧았지만 길었던 그러한 커피 한잔. 나는 그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같이 즐기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철이 도착하고 전철역 입구에서 헤어질때쯤,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 하고서는 나 스스로 이 멍청이 라며 자책했다. 그 자책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가벼웠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맑은 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