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다니며 살고있다. 어제와 같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있는데 내 친구 상득이가 와서 말을 걸었다.

 

"시철아 뭐해? 같이 축구하자~ 체육시간 이잖아?"

 

"나는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싶진 않아. 그렇게 뛰어다니는건 원시인이나 하던일이라고?"

 

"그게 무슨 미친소리야? 그러지 말고 한번만 같이하자. 응?"

 

상득이가 설득을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운동장 한복판에 있던 애들이 상득이에게 빨리 오라고 종용한다.

 

"좀있으면 시합 시작해! 빨리와!"

 

"쳇... 마음 바꾸면 와~"

 

나는 상득이의 말을 못들은듯이 넘기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예전부터 책읽는것을 좋아했다. 몸이 약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금세 상념을 물리치고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어디선가 날아온 축구공이 나의 머리를 맞추었고 나는 그렇게 머리뼈가 부러져서 즉사했다.


우리반의 강진 이라는 친구는 체격이 무시무시 하다. 키는 4미터 이고 악력은 300을 넘어간다. 걔가 축구를 하면 상대팀은 무조건 진것이나 다름없었다. 강진이가 찬 공을 막으려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골키퍼는 벌서 7명이다. 아마도 그 공은 걔가 찼을것이다. 공은 시속 600km를 넘는, 야구공 속도의 2배가 넘는 빠르기로 날아와서 나의 머리를 맞추었을 것이다. 공의 속도는 예전에 체육쌤이 호기심으로 재주셔서 잘 안다. 일반적인 속도로 날아오는 축구공에 맞아죽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강진이가 찬것이 분명하다.

 

나는 죽음을 인지했다. 그러나 영혼이란것은 실존했던 모양이다. 나는 나의 시체를 볼수 있었다. 그리고 상득이가 달려와서는 내 시체를 감싸서 울부짖으며 하는말을 들을수 있었다."

 

"아이고 시철아... 축구를 했어야지! 축구를 했다면 이렇게 비참하게 죽는일은 없었을텐데... 이번 경기에서 용병으로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팀은 한사람이 부족하잖아!"

 

아아... 아마도 인원수가 홀수였던것 같다. 상득이는 늦게라도 내가 참가하기를 기대했던 것이고. 저건 무슨 축구에 미친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어차피 강진이가 상대편인 이상 이기는건 불가능 할텐데... 그러던 상득이에게 강진이 와서 말했다.

 

"아... 이거 어떡하냐? 그럼 계속 12대 11명으로 해야하는거야? 흠... 대신 우리팀에서 한명 뺄게. 그럼 됬지?"

 

"좋아 그렇게 하자."

 

둘다 정상이 아니다. 나의 시체는 싸늘하게 방치되었다. 그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는데 검은 옷을 입고 낫을든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름은 강시철. 축구공에 맞아서 사망."

 

"당신은 누구세요?"

 

"저는 당신의 저승사자 입니다. 축구공 때문에 사망한걸 보니 축구를 좋아하셨나 보군요?"

 

그 말을 들은 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나의 아버지는 축구때문에 사망하셨다. 그 때문에 나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다.

 

"아니야! 나는 그 빌어먹을 축구는 꼴도보기 싫어! 내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컴퓨터로 피파 12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셨어!"

 

"그건... 딱히 축구때문에 죽은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나저나...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그러자 그 저승사자는 살짝 삐진듯이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예 반말을 쓰기로 결정하신 건가요? 그건 됬고... 원래대로라면 천국에 가야겠지만, 작년부터 법이 바뀌어서 축구공에 맞아죽은 사람은 축구천국에 가게됬어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신들의 특별한 배려죠."

 

"하지만... 나는 축구를 실어하는걸?"

 

"그러면 정식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면 되요. 그러려면 저승사자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그런일을 하기에는 너무 바쁘답니다? 일단, 원칙대로 축구천국에 보내드리죠."

 

저승사자가 낫을 크게 휘두르자 허공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며 나를 빨아들였다. 

 

"아... 안돼!!!!"

 

나는 저항했지만 결국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때, 나는 축구장 한복판에 서있었다. 내가 멍하게 서있자 건장한 남자가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이봐 신입 지금 뭐하는거야? 축구하는거 안보여? 멍하니 있지말고 빨리 뛰어!"

 

그 말을 들은 나는 얼떨결에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능수능란하게 몰고있는 축구공을 빼앗지는 못했다. 그 공을 빼앗기 위해 계속 뛰었지만, 얻은건 축구에 대한 혐오밖에 없었다.

 

"하... 신입은 도움이 안되는구나? 역시 믿으면 안됐어. 똑같아 축구공에 맞아서 죽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나는 짜증이 났다. 원래라면 천국에 갔을거라는데... 하필 축구공에 맞아죽어서 축구천국 이라는 이름의 지옥에 온것같았다.

 

나는 구석에 처박혀서 멍하니 구경만 했다. 전반과 후반이 지나도록 멍하니 보기만 했다. 축구는 2대2로 동점으로 끝났다. 하지만 무언가가 남았는지 심판이 점수에 대해 설명하고 우승팀을 발표했다.

 

"페어플레이,반칙,협력 점수를 종합한 결과 B팀은 선수 1명을 내버려둔 관계로 협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A팀의 승리다!"

 

나는 내 팀이 어디인지 몰라서 내가 입고있언 조끼를 보았다. 그곳에는 B라고 적혀있었다. 이거... 나때문인가?

 

"너 때문에 졌잖아 신입! 이러다가 천국으로 쫓겨나면 책임질거야?"

 

"천국...이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러자 그는 헛기침을 두번 하고는 짜증을 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축구천국에는 팀이 총 32개야. 1등부터3등까지 올라온 팀은 축구장에서 평생 축구를 하고 나머지는 천국으로 쫓겨나지. 1년동안 진행된 축구대결에서 얻은 점수를 합산해서 순위를 매기는데 지금은 1개월 밖에 안남았어. 축구장에서 평생 축구를 하는건 우리들의 소원인데... 너때문에 점수가 떨어졌잖아!"

 

맙소사 평생 축구를 해야한다니... 1등부터 3등까지는 평생 이 끔찍한 경기를 하며 지옥에서 사는것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무슨일이 있어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숙소로 이동했다. 공동 숙소였는데 이곳에서 먹고 자며 활동하다가 연습할때나 시합할 때가 되면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미친 인간들이 하루에 12시간씩 연습한다는 것이다. 순위권 안에 들어서고 무한히 축구천국에 남아있게 되어도 이러한 생활은 바뀌지 않을것같다. 

 

나는 시합이 이루어질 때마다 최대한 팀에 방해가 되려고 노력했다. 들키면 그날 숙소에서 얻어맞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극도로 피폐하고 비참한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점수도 있었고 정신나간 실력으로 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해서 점수는 꽤 높았다. 그리고 마지막 대회. 이 대회에서 지면 4위로 떨어지게 된다. 팀원들은 나를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시선은 무시하고 상대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강진이 보였다. 키가 4미터가 넘는 그 강진이 상대팀에 있는것이다. 저놈이 축구공에 맞아서 죽었다니... 믿기지가 않았지만 잘된일이다. 나는 기뻐하며 경기를 진행했다. 이번 경기는 무난하게 질수 있을것 같다.

 

예상대로 우리팀은 꽤나 밀리기 시작했다. 강진의 활약 속에서 점수는 3이나 차이가 났다. 그런데 우리팀의 주장이 말했다.

 

"우리가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이 축구를 했냐? 다들... 영원히 축구천국에 남으려고 그런거 아니야? 그러면 더 열심히 뛰어여지! 죽을것 같아도 뛰어야지!!! 우리 모두... 무조건 순위권에 든다. 알겠냐?!!!"

 

그 말을 들은 우리 팀원들은 눈을 부릅뜨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우리팀은 갑자기 기운이 솟은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강진이를 제치며 골을 넣었다. 당황한 상대팀은 수비에 집중했지만 기이하게도 3골을 더 먹히고 패배했다. 이제 나는 영원히 축구천국 이라는 이름의 지옥에서 축구를 해야할 처지가 된것이다. 그렇게 낙담하고있는 나에게 1달전의 그 저승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 너는 그때 그 저승사자? 너때문에 평생 축구를 하게 생겼잖아! 책임져!"

 

그러자 그 저승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뒤를 보세요."

 

그러자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짓고있는 상득이를 볼수 있었다.

 

"너가... 너가 왜 여깄어? 내가 다느던 학교는 축구때문에 사람이 셋이나 죽는, 그런 흉흉한 학교였던거야?"

 

그러자 상득이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몰랐어? 우리학교가 개교한 이래로 축구때문에 죽은 사람이 231명인데... 그보다, 그때 널 죽여서 미안해... 내가 너도 죽이고 강진도 죽였어."

 

"뭐? 날 죽인게 강진이 아니라 너라고?"

 

"나는 축구공으로 사람 셋을 죽였기에 축구천국 최고의 선수로 뽑혔어. 그리고 이자리에서 너를 만날 권력을 손에 넣었지. 나는 너를 축구천국 밖으로 꺼내줄수 있어. 하지만,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거야..."

 

"상관없어. 제발 나를 이 지옥에서 꺼내줘..."

 

"아, 이 얘기를 안했네 내가 죽인 세사람중 둘은 너와 강진이고 마지막은... 나야. 공을 하늘로 차올렸고 그 공에 맞아서 죽었지... 어쩌면... 너와 같이 축구를 하려고 일부러 죽은건지도 모르겠어. 무의식적으로 천국이 있다면 너와 같이 축구를 할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지도..."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너를 내보내주지 않을거야. 나와 함께 여기서 영원히 축구를 하자."

 

"아 안돼! 나를 여기서 내보내줘! 이 지옥에 있을수는 없어!"

 

"이 천국에 왔을때부터... 나간다는 선택지는 없었어 시철아."

 

그렇게 나는 영원히 상득이와 축구를 하는 저주받은 삶을 살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