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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12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최근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를 막기 위해서 대응 단체를 결성한다는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결의안이 통과된 배경에 최근 안드로이드들의 행동패턴이 달라진 것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인간 아나운서가 소식을 전했다. 저 아나운서의 자리가 반란 직전까지는 안드로이드의 몫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역사라는 건 참으로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정각이 되기 직전이었다. 얼마간의 휴식이 끝난 걸 확인하고 기지개를 폈다. 어깨의 결린 부분이 풀려 개운했다. 바로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에 앉았다. 반란을 일으킨 안드로이드의 보안취약점을 분석해 셧다운시키는 것. 그것이 ICH 소속인 내가 반란의 시작인 작년 2월부터 주도하고 있는 일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켰다. 윈도우 특유의 부팅화면이 효과음을 내며 뜨던 그 때 초인종이 울렸다. 인간인 것을 확인하고 인터폰을 눌러 문을 열어주었다.

 

집에 찾아온 사람은 미국인들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친절하게도 일본어였다.

"안녕하십니까? 미야자키 츠바사 씨 맞으시죠?

"네. 근데 누구신지..."

"NASA에서 나왔습니다."

"네? 나사가 어째서 여기에..."

"안보리에서 안드로이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는 뉴스는 보셨겠죠?"

"네, 봤습니다만."

"그 중에는 안드로이드 대응 단체를 만든다는 내용도 있었죠. 그래서 당신을 섭외하려고 나왔습니다."

"네? 자, 잠깐만요. 저를 대체 왜..."

"작년부터 안드로이드와 맞서 싸우면서 그쪽으로는 잘 꿰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해킹 실력도 세계 2위시고."

"에, 그건 저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오시면..."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정해주셔도 좋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조금 지났다. 정의를 위해 싸우고자 하는 마음은 내가 ICH에 가입하기 전부터 있었고, 지금 거절하면 나중에 가서는 또 후회할 것 같았다. 혹시 모를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물어봤다.

"혹시 리스크는 얼마나 되죠?"

"리스크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실 지는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리스크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안정적인 싸움을 택할 지 위험한 싸움을 택할 지의 문제였다. 위험한 싸움을 선택하여 불안정한 미래를 살아가는 자임을 후회할 것인가, 안정적인 싸움을 선택하여 정의를 위해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임을 후회할 것인가.

 

그리고 마침내 결심했다. 모험을 해야하더라도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것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하겠습니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감당하겠습니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감당하겠다는 거, 진심 맞습니까?"

"네. 감당하겠습니다!"

NASA에서 왔다는 자들이 성공의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보여주며 말했다.

"CIA에서 왔습니다. 당신을 리와인더의 단원으로 임명합니다."